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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후반에만 7골 터진 이란 원정, 체력에 승리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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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정 무승의 역사는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국은 세 번이나 더 적진에 들어가 승리를 노렸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국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렇게 38년 동안 테헤란 원정 무승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승리의 열쇠는 후반전에 있었다. 지난 네 차례 이란 원정 중 득점자 외에 기록이 없는 테헤란 아시안게임 기록을 빼면 세 경기에서 나온 양 팀의 득점 합계는 8골이다. 이 중 후반에만 무려 7골이 터졌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이영무(현 안산HFC 단장)가 터뜨린 골이 유일한 전반 득점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한국은 이란에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면서 2대2 무승부에 그쳤다.

득점 분포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전력과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동아시아와 중동을 대표하는 강팀인 두 팀의 맞대결은 항상 조심스러웠다. 비슷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발톱을 숨긴 채 탐색에 집중했다.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마무리 된 후반전이라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고지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 비해 이란이 유리한 점이 많았다.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져 왔던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 1273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희박한 산소량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이 이런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반면, 홈 팀 이란은 힘을 냈다.

한국의 다섯 번째 테헤란 원정 키워드 역시 후반이다. 이란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세 경기서 1승1무1패 승점 4로 한국(승점 7)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카타르와 레바논(이상 승점 4)에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상황이다. 세 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골에 그친 득점력도 문제다.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초반부터 달려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부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이 한국전 기자회견에서 후반 막판 20분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건은 한국의 고지대 적응 여부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일찌감치 이란에 도착하는 길을 택했다. 전력 노출을 일부 감수하고 일주일이 넘게 현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서로 어느 정도 기량을 알고 있는 만큼 전력 노출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고지대 적응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만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란과 대등한 체력싸움을 한다면 개인기량과 승부처 경험이 앞서는 한국이 유리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 그러나 또 다시 고지대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면, 무승 징크스 탈출의 꿈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