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패, 윤석민은 1승.
국내 무대를 주름잡던 에이스들이 잠잠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개인기록 순위표를 보면 익숙한 이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에이스들의 빈자리, 누가 채우고 있을까.
다승은 의외의 인물들이 1위에 올라있다. 바로 LG의 왼손불펜투수 류택현과 넥센의 외국인선수 나이트다. 둘은 나란히 3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팔꿈치 수술과 방출, 재활을 겪어 플레잉코치로 재입단한 류택현은 매경기 역사를 쓰고 있다. SK 조웅천 코치(813경기)의 최다경기 출전 기록을 넘어 어느새 817경기에 나섰다. 동점을 허용했다 팀이 역전해 승리를 챙긴 쑥스러운 구원승도 한차례 있었지만, 나머지 두경기에선 맡은 이닝을 확실히 책임지면서 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얻었다.
나이트의 선전도 놀랍다. 2009시즌 중반 삼성에 입단하면서 한국무대 생활을 시작한 나이트는 지난해 넥센에서 7승15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다. 게다가 최다패 투수라는 불명예 타이틀도 얻었다. 사실 지난해 나이트의 부진 뒤에는 아픈 무릎이 있었다. 완전치 않은 상태로 계속 피칭을 하면서 밸런스가 흐트러지기 쉽상이었다. 결국 최다패에 이어 최다볼넷(172⅓이닝 98개)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을 떨쳐낸 올시즌에는 3승 평균자책점 1.37로 호투하며 든든한 넥센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평균자책점 부문도 놀랍다. 규정이닝(23일 현재 11이닝)을 채운 투수 중 두산 임태훈만이 유일하게 0점을 기록중이다. 선발 전환을 시도한지 2년만에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경기서 2승을 기록하며 두산의 초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태훈의 뒤에는 KIA 윤석민(0.53)과 LG 김광삼(0.82)이 0점대를 기록중이다.
구원투수들의 명예로운 기록인 세이브와 홀드도 새로운 인물들이 순위표 맨 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이브는 새로운 LG의 마무리투수로 자리잡고 있는 외국인선수 리즈가 5세이브로 1위다.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16개 연속 볼을 던지며 팀 승리를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빠짐없이 세이브를 챙겼다. 6경기서 1패 5세이브를 기록중. 롯데의 캡틴 김사율이 4세이브로 뒤를 이었고,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삼성 오승환은 팀의 부진(5승7패) 속에 3세이브만을 기록중이다. 그래도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홀드 부문에서는 돌아온 파이어볼러, 롯데 최대성이 5홀드로 1위다. 아직 수정중인 투구폼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로 등판하는 최대성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차근차근 홀드를 기록하며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SK 박희수와 LG 한 희가 팀의 필승조답게 3세이브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유일하게 에이스가 자존심을 세운 부분은 탈삼진이었다. 타선의 득점지원을 못받으며 승리없이 1패만을 기록중인 고독한 에이스, 한화 류현진은 2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윤석민이 25개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탈삼진 20개 이상을 기록중인 투수는 류현진과 윤석민, 둘 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