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무조건 경쟁이다."
유남규 남자탁구 대표팀 전임감독은 비장했다. 지난해 전임감독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소속팀 없이 오로지 런던올림픽에 올인했다. 그 자신 올림픽 단식 챔피언이었던 유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겉모습은 유쾌하고 털털하지만 사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에 하나에서 열가지 꼼꼼히 계산하는 '완벽주의자'다. 런던에서 자신을 넘어설 '청출어람' 후배를 보고 싶다.
지난 7일 아시아올림픽 지역 예선전 엔트리 마감을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단식, 단체전으로 진행되는 런던올림픽 탁구 엔트리는 남녀 각 3명이다. 주세혁(삼성생명·세계 8위)과 오상은(대우증권·세계 14위)은 지난해 로테르담세계선수권 직후 랭킹순으로 일찌감치 런던행을 확정했다. 남은 1장의 티켓을 놓고 아테네 챔피언 유승민, 신세대 에이스 김민석, 왼손 에이스 이정우 등이 1년 가까이 경합했다.
지난 6일 남녀 대표팀 전임감독이 포함된 대한탁구협회 강화위원회는 후보군 가운데 가장 랭킹이 높은 유승민(30·삼성생명·세계 15위), 석하정(27·대한항공·세계 21위)을 올림픽 예선전(19~22일, 홍콩)에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4월 초 막을 내린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의 선전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지역 쿼터 11장의 티켓이 걸린 예선전에는 아시아탁구연맹 소속 43개국이 출전하지만, 기존 랭킹, 전력에 비춰 무난한 티켓 확보가 예상된다.
그러나 유 감독은 런던 엔트리는 확정이 아닌 여전히 진행중인 '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물론 유승민 석하정이 런던은 간다. 그러나 현장에서 누가 출전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강화위원회가 함께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런던행은 확정되지만 100% 경기 출전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런던올림픽 예선 요강에 따르면 "국가별 최대 3명의 선수 중 세번째로 선발된 선수는 올림픽 단체전 구성이 알려질 때까지 '잠정적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번 예선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올림픽 단식과 단체전에 직접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며, 선수들은 올림픽 참가에 대한 잠정적인 자격을 부여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잠정적인 자격이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비엔트리인 'P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예비 엔트리(P카드)'로 얼마든지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김민석, 이정우, 정영식, 서현덕 등이 다시 'P카드' 경쟁 체제로 돌입한다. 단체전에서는 복식 조합이 중요하다. 오상은과 김민석은 KGC인삼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손발을 맞췄었다. 복식에 유리한 왼손 전형 이정우, 서현덕 역시 최근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유승민을 선발했지만 경기에서 최고의 컨디션과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한 복식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며 애제자를 자극했다. "기존의 주세혁, 오상은마저도 만약 현장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P카드 선수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끝까지 무한경쟁을 유도할 참이다. P카드를 바라보는 선수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이미 티켓을 확보한 선수에게는 긴장감을 주자는 의도가 읽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결국 하늘에서 내린다"며 웃었다. 남녀탁구대표팀은 5월6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본격적인 런던올림픽 체제로 돌입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