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던지려고 하는게 문제다."
부진의 이유가 복잡한 것은 아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박찬호에 대해 '정신적 여유'를 주문하고 나섰다. 최근 실전 등판에서 잇달아 난타를 당한 박찬호가 마음 편하게 던지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 감독은 22일 청주 두산전에 앞서 "너무 잘 던지려고 하니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코너워크를 의식하고 어렵게 가다 보니 카운트가 몰리고 정타를 맞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박찬호는 21일 시범경기 첫 등판인 청주 롯데전에서 3⅓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국내 무대 첫 공식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피칭을 보여주며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에서는 2⅔이닝 동안 5안타 4실점한 바 있다. 2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고 11안타, 8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까지는 보름이 남았다. 단순히 구위를 점검하고 국내 타자들에 대한 적응 과정이라고 바라보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박찬호 스스로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다는게 한 감독의 진단이다. 한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봐왔지만, 스피드도 괜찮고 공 자체도 좋다. 제구력이 나쁜 것도 아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오히려 스피드가 나지 않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위 자체가 나쁘다거나 컨트롤이 형편없다면 한 감독도 그리 답답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이날 박찬호는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다. 볼넷은 1개를 내줬고, 삼진은 2개를 잡아냈다. 하지만 1회에만 36개의 공을 던지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5구 이상 끌고 간 타자가 9차례, 풀카운트 승부도 3차례나 있었다.
이 부문에 대해 박찬호 스스로도 "미국과 비교해 한국 타자들은 공을 매우 늦게까지 본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아 놓고도 승부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타자를 압도하려 하지 말고 맞혀 잡는다는 생각으로 하면 쉽게 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앞으로 시범경기에 2~3차례 정도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은 박찬호에게 '편안한 피칭'을 계속 주문할 계획이다. 청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