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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스페인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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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 축구계를 쥐었다 폈다할 수 있는 인물이다.

1986년 맨유에 부임한 뒤 26년동안 팀을 이끌며 무수한 업적을 쌓아올렸다. 유럽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프리미어리그 12회 우승, FA컵 5회 우승 등 37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8년동안 에릭 칸토나, 드와이트 요크, 앤디 콜, 데이빗 베컴, 뤼트 판 니스텔로이,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스타 선수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맨유의 왕'으로 군림했다. 16일까지 맨유에서 1436경기에 나서 852승 329무 255패를 기록, 59.33%의 승률을 자랑했다. 연봉은 70억원이다. 최근 맨유는 퍼거슨 감독을 잡기 위해 130억원의 연봉 재계약안을 제시했다.

전세계 축구계의 최정점에 서있는 퍼거슨 감독에게도 두려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페인'이다. 이상하게 스페인에게만은 취약했다. 스페인팀과의 전적은 32전 8승14무10패. 승률은 25%에 불과하다. 첫만남은 산뜻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1990~1991시즌 컵위너스컵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 마크 휴즈의 2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스페인 포비아(공포증)가 시작됐다. 1991~1992시즌 컵위너스컵 2라운드에서 만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1무 1패를 기록했다. 스페인 원정은 더욱 참담했다. 15경기에서 2승7무6패로 승률 13%에 그쳤다. 스페인 원정경기 첫 승은 2002년 4월 데포르티보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일구어냈다. 베컴과 판 니스텔로이의 연속골로 2대0 승리를 거두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데포르티보전 이후 5차례의 스페인 원정 경기에서 3무2패에 그쳤다. 다음번 승리까지는 8년이 걸렸다. 2010년 9월 발렌시아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골로 1대0 승리를 거둔 것이 전부였다.

가장 치욕스러운 패배는 바르셀로나를 상대했을 때다. 1995년 11월 열렸던 1994~199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맨유는 스토이치코프, 호마리우 등에게 골을 내주며 0대4로 대패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2011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바르셀로나에게 1대3으로 완패했다. 당시 중계 카메라는 손을 벌벌 떨고 있는 퍼거슨 감독의 모습을 잡았다. 분함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올 시즌 역시 스페인 포비아는 이어졌다. 16일 새벽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유로파리그 16강 원정 2차전에서 맨유는 1대2로 완패했다. 안방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도 2대3으로 패했던 맨유는 두 골차 이상의 승리가 절실했지만, 빌바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최종합계 3대5로 뒤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어떤 불평도 할 수 없는 경기였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퍼거슨 감독이 스페인 축구에 유독 약한 것은 전술 차이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바탕으로 스피드와 압박을 중요시한다. 반면 스페인팀들은 선수들간의 짧은 패스와 공간을 장악하는 움직임을 통해 볼점유율을 극대화한다. 맨유 선수들의 강한 압박은 스페인 선수들의 빠르면서도 정확한 패스에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퍼거슨 감독도 최근 몇 년간 패스를 강조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의 기술적 한계 등에 부딪히며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