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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어떻해야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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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전반 종료 후 전광판은 레알 마드리드의 1-0 우세를 가르키고 있었다. 경기장을 가득메운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이번만큼은'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기대감이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후반 4분 푸욜에 동점 헤딩골을 허용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32분 아비달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역전 가능성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만큼 바르셀로나는 강했다.

자존심 강한 조제 무리뉴 감독조차 경기 후 "바르셀로나는 훌륭한 팀이다. 그들의 수비진은 실수가 없었다. 우리는 심적으로 흔들렸고, 그때부터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지배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바르셀로나를 꺾고자 레알 마드리드에 온 무리뉴는 스페인 입성 후 9번의 엘 클라시코에서 단 1승(3무5패)만을 거뒀을 뿐이다. 무리뉴는 매경기 다른 전술로 바르셀로나에 대항했지만, 결과는 좌절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바르셀로나에 승점 5 앞선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패배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무리뉴가 진정 스페인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를 꺾어야 한다.

정말 바르셀로나를 이길 방법은 없을까. 무리뉴는 이미 해법을 알고 있다. 무리뉴는 지난 12월 엘 클라시코(3대1 바르셀로나 승)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10계명을 제시했다. '적어도 전반에 골을 허용하지 마라, 공중을 지배하라, 세컨드볼을 놓치지 마라, 바르셀로나를 피곤하게 하기 위해 극도로 노력하고 움직여라, 불안함을 갖고 플레이하지 마라 등.' 상투적이지만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로 공간을 지배하는 바르셀로나를 격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리뉴는 이를 위해 수비수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는 트리보테(3명의 중앙 미드필더) 전술을 재가동했다.

무리뉴의 판단은 맞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력한 압박과 기동력으로 전반을 앞선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헤딩골을 허용하며 공중을 내줬고, 미드필드를 장악당하며 세컨드볼을 놓치고 말았다. 극도로 움직이며 바르셀로나를 피곤하게 만들려 했지만, 지친 것은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였다. 무엇보다 불안해 보였다. 무리뉴가 가장 경계한 부분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들도, 팬들도 언젠가 바르셀로나에 수비가 뚫릴 것이라는 불안함속에 놓여있었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측면 공격수 디 마리아, 중앙 미드필더 케디라와 오른쪽 윙백 아르벨로아가 결장해 100% 전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는 이들이 뛰었다고 해도 승리를 거머쥐었을거라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간의 개인 격차는 전술로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는 217번째 엘 클라시코를 승리로 이끌며 통산전적 86승45무86패로 레알 마드리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팽팽한 전적과 달리 최근의 무게추는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 무리뉴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이 기울어진 무게추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