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33·브라질)는 K-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평판이 좋다. 기량도 좋지만 인성이 남다르다. 다른 브라질 출신 선수들처럼 거들먹대지도 않는다. 토종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다. 언제나 좋은 매너에 겸손함과 성실함까지 갖췄다. 2006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한국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인성이었다. 슈바가 최근 자신의 인성에 걸맞게 포항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깔끔한 이별에 포항 관계자들은 '역시 슈바' 라며 엄치를 치켜세우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포항 감독(44)은 슈바를 간절히 원했다. 1m86, 84㎏의 당당한 체격조건에 노련미까지 갖추어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손색이 없었다. 어느 팀을 가든 선수들과 잘 융화되는 것도 장점이었다. 슈바는 2012년 12월까지 포항과 2년 계약을 맺었다. 1년이 지난 뒤 상황이 달라졌다. 슈바는 15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고질적인 부상이 문제였다. 팀 공헌도가 높지 않았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하는 외국인 선수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포항은 모따와 함께 슈바를 교체 대상 명단에 올렸다. 모따는 문제가 없었다. 모따와의 계약 기간은 2011년 12월까지였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별했다. 모따의 공백은 수비수 조란 렌둘리치(27·세르비아) 영입으로 채웠다. 문제는 슈바였다. 계약기간이 남아있었다.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했다. 슈바만 해결되면 루마니아 특급 이아니스 지쿠(28)를 데려올 수 있었다. 지쿠와는 어느정도 교감이 되어있던 상태였다.
슈바를 이적시키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 몇 군데를 알아봤다. 마땅한 곳이 없었다. 2011년 시즌 많이 뛰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협상은 매번 결렬됐다. 지쿠를 포기하고 슈바를 계속 데리고 가거나, 슈바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해가 바뀌고 슈바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포항은 슈바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계약해지를 제안했다. 슈바는 쿨했다. 받아들였다. 계약해지에 대한 위약금 역시 상식적인 선에서 합의했다.
황 감독은 개인적으로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한국 선수였다면 확실하게 치료한 뒤 계속 쓰고 싶을 정도였다. 황 감독은 슈바에게 "감독이기 때문에 팀을 생각해야 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좋은 팀을 찾아 더 잘할 것이다"고 했다. 슈바는 괜찮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의 숙명을 받아들였다.
계약해지에 합의한 슈바는 구단 사무실에 들렀다. 프런트들 하나하나 만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팀을 떠나는 외국인 선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포항의 외국인 선수를 담당하는 신주현 과장은 "슈바의 성격이 그대로 나왔다. 구단 프런트들도 모두 아쉬워했다. 슈바의 건승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