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서연(수애)과 그의 남자 지형(김래원)의 애절한 로맨스가 주된 스토리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답게 이들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감정선이나 디테일이 살아있어 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숙 '시원해' VS 김해숙 '이기적이야'
특히 중년 시청자들에게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보다 중견 배우들의 디테일에 더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향기(정유미)의 어머니 오현아(이미숙)과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김해숙)는 가장 관심을 갖는 캐릭터다. 자신을 40대 여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미숙이 제일 부럽다. 남편이나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엄마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엄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해숙에 대해서는 "정말 착해보이지만 가장 이기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며 "좋은 엄마처럼 보이지만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 남편을 이해해주지도 못하고 아들은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설명한 등장인물 성격과는 전혀 다른 분석. 제작진은 강수정에 대해 '유복하게 자라 조건없는 사랑으로 성공적인 결혼을 완성하겠다는 낭만적인 꿈을 이룬 여자이자 겸손하고 배려많은 성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오현아는 '우울증에 의부증에다 자식에 관심없고 매사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형의 배신에 가장 치를 떨고 딸을 생각하는 이가 오현아였고 지형의 배신을 어느 정도 방조한 강수정을 보면 이 네티즌들의 의견에 일견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불쌍한 임채무? 뜬금 없는 김부선?
지형의 아버지 박창주(임채무)의 경우도 그렇다. 제작진은 박창주에 대해 '가난한 집 수재로 '개천에서 나온 용' 격이다. 교만하고 비정하고 속물적이고 권위적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차라리 박창주가 불쌍하다. 강수정은 남편 박창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서연의 친어머니로 김부선이 출연한 것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김작가 특유의 '반항정신'이 발현됐다는 것. 김부선은 지난 2004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또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 배우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면서 김작가 특유의 자신감까지 드러난다는 투다. 김작가는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송창의와 이상우를 내세워 동성애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 논란의 중심이 된 바 있다.
이같은 관심은 그만큼 김수현 작가의 캐릭터가 중년 부부들에게 공감을 주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작가의 캐릭터가 단편적이기보다는 입체적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3040 세대에 어필하고 있는 중년배우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