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의 약자다.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이 서로 2㎞씩 완충 지대를 만들었다. 서해부터 동해까지 155마일(248㎞)에 걸쳐 있다.
또 하나의 비무장지대가 레바논 베이루트에 생겼다. 바로 베이루트 시내 르 코모도르 호텔 식당이다. 16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레바논과 한국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 경기를 앞두고다.
공교롭게도 원정팀 한국이 묵는 르 코모도르 호텔에 레바논 대표팀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레바논에는 우리나라의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같은 시설이 없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주요 호텔에 둥지를 튼다. 호텔도 그리 많지 않다. 상대팀과 함께 한 호텔에서 지내는 상황이 많다.
문제는 식당이다. 르 코모도르 호텔의 식당은 좁다. 동시에 110명이 식사할 수 있는 파주 NFC 식당(90평)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과 레바논이 동시에 사용할 경우 꽉 찰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따닥따닥 붙어 앉아야 한다. 음식을 가지러 옆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중간에 파티션을 쳐서 자리를 구분했지만 팽팽한 신경전까지 막을 수는 없다. 선수들은 서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밥을 먹을 정도다. 이 때문에 편안하고 휴식을 취해야할 식사 시간이 또 다른 대결의 장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비무장지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한국과 레바논의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는 그 누구도 앉지 않는다. 서로 밥먹을 때만큼은 편안히 먹자는 생각에서다. 물론 16일 경기에서는 상대를 확실하게 누르겠다는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베이루트(레바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