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롯데 선발진. 특히 8월에는 송승준-장원준-고원준-사도스키-부첵 5명의 투수가 선발로 나서 10승을 합작했다. 25일까지 열린 17경기 중 13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안정된 선발진이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선발투수들이 호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었다. 바로 양승호 감독의 '5실점' 철학이었다. 양 감독은 부첵의 합류 후 5선발 체제가 갖춰질 무렵부터 선발투수들에게 "5실점 할 때까지는 절대 바꾸지 않을테니 마음 편하게 던져라"라는 주문을 했다. 팀 사정상 선발진이 6이닝 이상을 버텨줘야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에 무한신뢰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공교롭게 그 이후 부터 선발투수들이 호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달리진 것은 위기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여기서 꼭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편안하게 맞혀잡는 피칭을 하니 경기가 술술 풀렸다. 선발진의 활약은 불펜에도 숨통을 트여줬다. 선발투수가 매경기 6이닝 이상을 막아주자 필승계투조는 이기는 경기에서 1이닝 정도씩만 확실히 막아주면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임경완-강영식 좌우 불펜에 마무리 김사율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8월 선발등판한 4경기에서 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3승을 따낸 고원준은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그렇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면 선수 입장에서는 마운드에서 한결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하나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원준은 "감독님께서 5실점까지 해도 된다고 하셨다고 진짜 5실점 하면 되겠나. 무조건 5점 이하로 막아야겠다는 승부욕도 발동한다"고 설명하며 웃음을 보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