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다. SK 김성근 감독에게 변화가 있었다.
선발들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의 특징 중 하나는 한템포 빠른 투수교체다. 그동안 가혹하리 만큼 빨리 선발을 교체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구위가 떨어졌을 경우, 1~2점 차의 승부처 등에서 가차없이 바꿨다. 데이터, 당일 컨디션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투수를 내세웠다.
그런데 7월 말부터 선발들을 길게 끌고 갔다. 이닝 수가 문제가 아니라 승부처의 횟수 문제였다. 평소같으면 바꿔야 할 타이밍에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차례 더 고비가 왔을 때 바꿨다.
이유가 있었다. 우천취소 경기가 유독 많은 SK는 아직 41경기가 남았다. 9월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이런 점을 감안, 선발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줬다. 중간계투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사실 억지로 참았다. 바꿔야 할 타이밍인데 바꾸지 않았다. 그럴 때는 경기를 보지 않고 땅을 쳐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는 기계적이지 않다. 많이 쉰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흐름이다. 김 감독은 "흐름을 강하게 이어가야 한다. 그 속에서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있다"고 입장을 재정리했다.
13일 넥센전부터 특유의 투수교체를 하기 시작했다.
이날 선발 엄정욱은 5⅓이닝을 던졌다. 박병호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곧바로 교체됐다. 이때도 김 감독은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바꿨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감독책임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SK는 5명의 투수를 썼다. 특히 8회초 1사 이후부터 세 명의 투수를 연달아 교체했다. 결국 SK는 4대3으로 겨우 이겼다. SK 특유의 뒷심이 인상적이었다.
8회 1사 이후 정대현 송은범 정우람이 나섰다. 김 감독은 "당시 홈런을 맞으면 치명적이었다. 때문에 상대 타자에 따라 가장 홈런을 적게 맞을 가능성이 있는 투수를 투입했다. 상대가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해야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변화로 얻은 결론이 있다. 김 감독은 "확실히 야구는 깨끗이 할 수 없다. 깨끗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