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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에서]친구가 된 남북에이스 "월드컵에서 다시 만나자"

    기사입력 2018-06-13 06:00:00

    김태권(왼쪽)과 김찬우

    사진제공=캐서린

    "태권아, 여기!"

    12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Sapsan Arena). 그라운드를 달리는 (김)찬우(12)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리)태권(13)은 알았다는 듯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비록 찬우의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둘의 콤비플레이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마다가스카 관계자는 "김과 리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KOREA'를 단 김찬우와 'KOREA DPR'을 단 리태권은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둘은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즈프롬이 주최하는 풋볼 포 프렌드십(Football For Friendship)에서 나란히 '블론드 카푸친'팀에 속했다. 비록 발을 맞춘지 이제 겨우 3일째지만, 두 선수의 명성은 이미 자자하다. 훤칠한 키와 파워는 물론이고 기술까지 갖춘 덕분에 200여명의 선수 사이에서도 빛이 난다. 블론드 카푸친의 매니저 캐서린(러시아)은 "정말 잘한다. 베스트"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두 선수는 한국과 북한을 대표하는 유소년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찬우는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초등부 랭킹 1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 1m72 장신도 장점이다.

    김태권도 만만치 않다. 그는 200여명의 선수가 공부하는 평양국제축구학교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2016년과 2018년에는 중국에서 펼쳐진 국제친선교류전에 나서기도 했다. 1m83이라는 월등한 체격조건은 최대 장점이다. 그는 "해외축구도 보고 있다. 외국의 선수들도 다 좋아한다"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에이스와 에이스의 만남. 자칫 경쟁심 혹은 질투를 느낄 수 있는 관계다. 그러나 두 선수는 욕심내지 않는다. 서로가 조금씩 도와가며 팀 승리를 향해 뜻을 모으고 있다. 김찬우는 최전방 공격수지만,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김태권은 센터백이지만 미드필더 지역까지 올라와 공격을 돕는다. 둘의 목표는 축구를 더 재미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찬우와 김태권은 경기장 밖에서도 줄곧 붙어 다닌다. 김찬우는 "여기는 선수 대부분이 영어를 쓴다. 그러나 태권이와는 말이 통하기 때문에 더 빨리 친해졌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숙소에서 옆방을 사용한다. 김찬우는 18호, 김태권은 17호에 묵는다. 둘은 공식 행사가 끝나면 축구게임을 통해 우정을 다진다. 나이는 김태권이 한 살 더 위지만 둘은 허물없이 지낸다.

    하지만 두 선수가 합을 맞출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도 아쉬운 것일까. 김찬우는 "여기 오기 전까지는 통일이 나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새 친구가 생겼다"며 "연락할 방법이 없다. 전화를 하면 (북한까지) 갈까요"라며 씁쓸한 듯 말했다.

    대신 둘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그때는 한 단계 더 성장한 선수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김찬우는 "잘해서 언젠가 국가대표가 된다면 국제대회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그때도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 이번에 만든 추억 생각하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권은 "찬우와 함께한 시간을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겠다. 월드컵에서 만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남북 에이스는 그렇게 친구가 됐다.

    모스크바(러시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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