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웹툰 없으면 어쩌나'→드라마시장 웹툰 의존도↑…득실은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의 주된 소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르가 됐다.

이제 웹툰이 없으면 콘텐츠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웹툰 작가와 원작을 보유한 제작사가 콘텐츠 권력을 갖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올해 들어 가장 흥행한 드라마로 꼽힌다. 동명 웹툰 원작인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작가인 광진이 직접 대본까지 집필해 웹툰과 드라마의 싱크로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리는 물론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의 헤어스타일까지 웹툰 원작과 동일할 정도다. 또 소시오패스 진단을 받은 조이서(김다미)의 활약이나 장대희(유재명)의 의상까지 웹툰과 흡사하다. 덕분인지 5%(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로 시작했던 '이태원 클라쓰'는 최종회에서 16.5%를 찍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에도 OCN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이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방영됐지만 올해는 더욱 많은 작품들이 방영중이거나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방송에 한창인 tvN '메모리스트'와 KBS2 '어서와' 그리고 지난달 28일 첫방송한 OCN '루갈'과 6일 첫 공개되는 KBS2 4부작 '계약우정'도 웹툰원작이다. '메모리스트'는 국가공인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과 초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가 미스터리한 '절대악'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극, '어서와'는 남자로 변하는 고양이와 강아지 같은 여자의 미묘한 반려 로맨스물이다. '루갈'은 바이오 생명공학 기술로 특별한 능력을 얻은 인간 병기들이 모인 특수조직 '루갈'이 대한민국 최대 테러집단 '아르고스'에 맞서 싸우는 사이언스 액션물, '계약우정'은 평범한 고등학생 찬홍(이신영)이 우연히 쓴 시 한 편 때문에 전설의 주먹이라 불리는 돈혁(신승호)과 '계약우정'을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웹툰 원작이기 때문에 모두 드라마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소재라 신선함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5월 방송예정인 JTBC '쌍갑포차'는 신비한 포장마차의 까칠한 이모님과 순수청년 알바생이 손님들의 꿈속에 들어가 맺힌 한을 풀어주는 판타지 드라마다. 포장마차 이모 월주 역에는 황정음이 캐스팅됐고 알바생 강배에 육성재, 관리자 귀반장 역에 최원영까지 캐스팅을 완료하고 촬영에 한창이다. '쌍갑포차'는 연재 당시 평점 만점을 받은 바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세계적인 OTT서비스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웹툰으로 눈을 돌렸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웹툰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던 소년 현수가 욕망과 욕심으로 물들어 기괴한 괴물이 된 이들과 맞서는 어드벤처 스릴러물이다. 국내 최초로 크리처 소재라는 점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송강 이진욱 이시영 등이 캐스팅됐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같이 웹툰이 드라마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웹툰은 소설보다 더 화면으로 구현하기가 용이하다. 원작을 스크립트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라며 "또 웹툰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톡톡튀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의 작품이 다수 등장해 활용할 수 있는 작품들이 늘었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웹툰 드라마가 활성화 되면서 드라마 작가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좋은 드라마 작가를 키우기보다는 '괜찮은 웹툰만 선택해 각색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드라마 콘텐츠 시장을 웹툰 시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고재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