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힐만 주춧돌에 염경엽 디테일' SK 제2왕조 노린다

2018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SK 힐만 감독, 류준열 사장, 염경엽 단장이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e-mail]/2018.10.13/

SK 와이번스,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염경엽 감독의 디테일을 더해 제2의 왕조 구축을 노린다.

SK는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 바로 다음 감독 선임 작업을 마쳤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SK.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 전인 13일 오전 염경엽 신임 감독과의 계약 소식을 알렸다. 3년 총액 25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이다.

사실 SK가 단장 역할을 수행하던 염 단장을 감독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건 야구계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갑자기 떠난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팀을 정비할 수 있는 사람은 염 단장밖에 없었다. 2년 동안 단장으로서 누구보다 깊숙히 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로운 구상을 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아직 감독으로서의 감이 살아있고, 본인 또한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피가 끓고 있었기에 SK도 좋은 재능을 가진 염 단장 카드를 쉽게 덮어두기가 힘들었다. 사실 염 단장을, 단장이 아닌 감독으로 탐내는 구단들이 많았다. SK도 빠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염 단장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SK가 염 단장이 아닌 염 감독에게 바라는 건 하나다. 제 2의 왕조 구축이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07년부터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왕조' 시대를 구축했다. SK는 2018 시즌 8년 만의 우승으로 다시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길 바라고 있다.

전임 힐만 감독이 2년 동안 팀 컬러를 확실히 바꿔놨다. 장타력을 앞세운 신나는 야구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SK는 지난해 234홈런으로 한 시즌 팀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고, 올해도 233홈런을 때려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수비나 불펜 운용 등 세밀한 플레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게 사실.

이 부분을 염 감독이 채워줄 것으로 SK는 기대를 하고 있다.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디테일한 승부사로 이름을 날렸다. 주전과 백업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 선수들에게 역할을 줬고, 투수 운용도 원칙을 갖고 계획한대로 밀어부치는 야구를 했다. 힐만 감독도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둔 세이버 매트릭스로 전략적인 야구를 펼쳤지만, 한국 야구 특유의 디테일함까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은 있다. 충분한 힘을 가진 SK가, 이 세밀함까지 갖춘다면 당분간 리그에서 선두권을 계속 달릴 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염 신임 감독은 "힐만 감독님께 배운 부분이 많다. 내 역할은 힐만 감독님께서 만들어놓은 이 팀을 잘 끌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