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왜 쫓겨나야 해?"…'클레어의카메라' 김민희 위한 홍상수의 항변(종합)

    기사입력 2018-04-17 16:33:4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내가 왜 쫓겨나야 해?" '클레어의 카메라'는 연인 김민희를 위한 홍상수 감독의 위로이자 항변이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음악 선생님 클레어(이자벨 위페르)가 칸영화제 출장 중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난 영화배급사 직원 만희(김민희)를 우연히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 전원사 제작).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영화 상영만 진행됐고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는 생략됐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 해 3월 '밤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뒤로 국내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세 번 째 호흡을 맞춘 이번 작품은 지난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기간 중 현지에서 촬영됐다. 김민희는 출연작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칸 영화제에 참석했고 홍상수 감독은 진출작이 없었음에도 김민희와 동행하며 '클레어의 카메라'를 촬영을 마쳤다. 두 사람의 불륜 소식이 보도를 통해 공식화 되기 전이었지만 이미 영화계 관계자 및 취재진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한국 영화 관계자들이 가득했던 칸에서 영화를 찍고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는 홍상수 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홍상수 자신, 그리고 그의 연인 김민희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상황들과 대사들이 눈길을 끈다. 극중 김민희가 연기한 만희는 자연스럽게 김민희 본인을, 만희가 잠자리를 가진 후 시종일관 만희에게 '예쁘다'고 말하는 영화 감독 완수(정진영)는 홍상수 감독을 떠올리게 한 것. 그리고 완수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만희를 '부정직하다'고 몰아 영화계에서 내쫓는 배급사 대표 양혜(장미희)의 모습은 마치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으로 인해 김민희를 비난한 대중, 혹은 한국 관객을 겨냥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에 양혜에게 해고를 당한 후 "우리 회사의 보배인 너를 왜 해고하냐"고 말하는 지인에게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왜 쫓겨나야 하는지" "그만 두라면 그만둬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니"라며 하소연을 하는 만희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배우 김민희의 진짜 속내로 읽힌다.

    양혜와 완수의 대화에서는 홍상수 감독이 한국 대중과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술에 취한 완수는 양혜에게 "우리는 일로는 정말 좋은 사이인데 남자 여자로서의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는 마치 홍상수 감독이 관객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한채 오로지 '영화 감독과 관객'의 관계로서 자신을 봐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파티장에서 재회하게 된 완수와 만희. 완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는 만희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왜 남자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려고 하느냐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완수는 "왜 싸구려 대상이 되려 하냐. 그런 식으로 입어서 너한테 좋은 게 하나라도 남은 게 있냐. 왜 스스로를 괴롭게 하냐. 넌 예쁘다. 예쁜 영혼을 가졌다. 니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히 살아라"라며 맥락도 없는 말로 화를 내는데, 완수의 어이없는 말에 실소를 터뜨리는 관객들과 달리 만희는 속상해 하면서도 "네"라고 대답하며 완수의 말에 수긍한다. "당당히 살아라"라고 말하는 연인 홍상수 감독의 애정어린 조언에 수긍하는 것 처럼.
    다시 말해 '클레어의 카메라'는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를 위해 만든 자기 위로이자 변명이다. 또한,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김민희를 내모는 관객들을 원망하고 그럼에도 김민희를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는 홍상수 감독의 이상한 애정이다. 그리고 우리의 향한 당신들의 비난에도 '카메라에 담긴 이후에는 대상은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사진을 찍는 클레어(위자벨 위페르)처럼 계속해서 영화를 찍어나가겠다는 홍상수 감독의 고집의 집약체다.

    한편, 홍상수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에는 위자르 위페르,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강태우 등이 출연한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되면서 지난 5월 칸에서 상영됐고 4월 25일 국내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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