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성폭행' 이현주 감독 vs 피해자 법정밖 진실게임 '영진위 진상조사'

    기사입력 2018-02-07 09:14:53 | 최종수정 2018-02-07 10:17:5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동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진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인 여감독 A가 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슈가 커지면서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이 꾸려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같은 영화학교(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여감독 A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여감독 A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이현주 감독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것.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한 달 뒤 이현주 감독을 강간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이어갔고 지난해 12월, 2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이현주 감독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여성 간의 성폭력 사건으로는 최초의 유죄 판결인 셈.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법정에서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을 받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최근 자신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미투(Me Too) 캠페인'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을 폭로했다. 이후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피해자와 자신이 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해자(이현주 감독)의 태도, 합의를 종용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K교수에 대해 비난했고 대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A감독의 폭로 이후 화살은 이현주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충무로의 기대주였기에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 비난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억울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현주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인터뷰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 입장을 밝히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나 역시 이 사건으로 많은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속사정을 말로 꺼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동성애자(성 소수자)라는 성 정체성에 대해 피해자를 포함한 몇몇 지인들 외에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다. 나의 성 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가족, 지인들이 받을 충격과 영화 시장의 곱지 않은 시선 등 우리 사회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커밍아웃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내가 원하지 않는 시점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한 나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 전 가족이 받았을 충격과 아픔을 먼저 위로하고 싶었다"고 뒤늦은 입장 표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영화학교에서 피해자를 만나게 됐고 함께 영화를 고민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친밀한 관계로 지냈다. 피해자는 내가 성 소수자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로 그만큼 친분이 깊었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초순께 피해자와 남자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됐는데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고 일행들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술자리와 가까운 모텔에 데려다줬다. 만취한 피해자는 잠에서 깬 후 내게 울면서 고민을 털어놨고 피해자를 위로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됐다. 피해자가 나와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피해자는 지난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당시의 일에 대해 설명하며 기억을 환기해줬다. 무엇보다 사건을 설명한 이후에 지인들과 메신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피해자가 나에게 물건을 빌려주는 등 서로 간에 불편한 상황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가 불쾌해하거나 고통스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고 사건 당일의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그는 "그런데 그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서로 격양된 상태에서 통화했고 다음 날 피해자와 통화도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한 달 뒤 나를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고소가 언급되던 시점에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관계 때문이라도 자신에게 어떤 잘못도 없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나의 일방적인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일로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피해자가 나를 고소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할 수 없었고 어떻게 마음이 상했는지 물어볼 수 없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상태였고 피의자 신분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해자에게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 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 속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나는 너무나 억울하다.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나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나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현주 감독의 입장에서는 피해자 A감독의 폭로와 사뭇 다른 진술이 담겨 있어 또 한번 파장을 일으켰다.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온 대목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라는 지점이다.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게 이현주 감독의 주장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뒤 피해자는 이현주 감독에게 불편한 기색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대목과 결코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었음을 거듭 피력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속에 진실을 털어놨다며 무죄임을 강조했다.

    이에 피해자 A감독은 이현주 감독의 입장 발표 이후 약 4시간 뒤 자신의 SNS에 이현주 감독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과 심경을 담은 글을 다시 한번 게재해 이현주 감독을 비난했다.

    A감독은 "가해자 이현주 감독의 심경 고백을 읽고 한숨부터 나온다. 이쯤되니 가해자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 놓고 뒤통수를 친다고 믿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 끔찍하지만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건 당일 수업을 마치고 동기 오빠 2명과 가해자, 이렇게 넷이서 학교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이후 2차로 다른 식당에 가면서 동기 오빠 한 명의 친구가 동석해 총 5명이 술을 마시게 됐다. 2차에 갔을 때 오전 3시경이었고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 테이블에 엎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기억 나는 것은 오전 5시경에 남자친구에게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후 다음날 정오 모텔에서 깼을 때까지 기억이 없다. 동기들의 진술에 의하면 내가 '대구(집)에 내려가야 한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인들은 이대로 대구에 내려보내면 더 위험할 것 같아 근처에서 잠깐 나를 재우기로 했고 그때 가해자가 아는 모텔이 있어 동기 오빠 둘이 나를 번갈아 업어 가며 모텔까지 이동했다. 오빠들은 여자인 나를 혼자 모텔에 두기 위험하니 가해자에게 함께 있어주라고 하고 나왔고 그때가 오전 7시 40분경이었다"고 이현주 감독보다 더 자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A감독은 "내가 눈을 떳을 때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당시 나는 상의 브라탑을 제외한 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가해자에게 물으니 '기억 안나? 우리 잤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 가해자는 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원색적인 표현이 담긴 이야기를 늘어놨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퇴실 시간이 다가와 모텔 밖으로 나왔고 가해자가 '밥이나 먹자'라는 말을 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고 싶어 근처 식당으로 갔다. 그러나 점심시간이었고 시끌벅적한 소음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후 가해자가 카페에 가자고 했고 나는 그곳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가해자는 카페에서 '니가 먼저 키스를 했어' '그리고 잤다'라는 말을 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후 대구로 돌아가 남자친구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고 남자친구는 이 사건이 범죄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해 가해자와 모든 통화를 녹음해뒀다"고 이현주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A감독은 "다음날 가해자는 '남자친구한테 전화왔더라? 너 내 눈 앞에 띄면 죽여버린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무서웠지만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모텔 안에서의 상황을 물었고 그때 가해자가 '네가 울면서 레즈비언이라고 고백을 했어. 내가 달래줬고 그러는 가운데 그렇게 된거야'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가해자는 심경 고백글에서 사건 이후 '밥 먹고 차 마시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첫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돼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감독은 "가해자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 있는가?"라며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나?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느낀 섬뜩함을 가해자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 느꼈다"고 성토했다.

    A감독이 밝힌 두 번째 입장에서는 앞서 가해자인 이현주 감독과 함께 문제를 삼았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진실 은폐에 대한 대처도 담겨 있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다는 것. 실제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영화 전문 교육 기관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에서 어제(6일) 진상 조사팀이 꾸려진 상황이다. A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관계자들은 이 사태에 매우 분개하고 있고 엄중하게 진위 여부를 파헤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의 판결을 받기 전임에도 이현주 감독의 신작 영화를 배급한 인디플러그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는 대목도 밝히며 오해를 풀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 기사리스트
    • |
    • 기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