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오모가리탕>

    기사입력 2017-10-09 15:15:09

    오모가리탕
    가을은 계곡과 여울을 헤엄치는 물고기조차 살이 오르는 때다.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10월 8일)를 지나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이면 떠오르는 별미가 있다. '오모가리탕'이다. 오모가리탕은 쉽게 얘기하자면 민물매운탕이다. 대한민국 미식의 본향 전주에서는 이 민물매운탕이 '오모가리탕'이라는 이름의 요리로 특화 되어있다.

    전주에서는 '뚝배기'를 '오모가리'라고도 부른다. 오모가리탕은 뚝배기에 시래기를 깔고 쏘가리, 메기, 동자개(빠가사리), 피라미, 민물새우 등을 넣고 보글보글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을 이른다.

    오모가리탕은 전주에서도 전주천변을 찾으면 맛볼 수가 있다. 전주천이 흐르는 교동 전통문화센터옆에 몇 집이 몰려 있는데, 전주 한옥마을과도 가까운 곳이다. 이들 중에는 탕을 끓인지 70년을 바라보는 곳도 있을 정도이니 꽤 내력이 깊은 음식이다.

    이들 오모가리탕은 예전에는 전주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주로 썼다. 하지만 요즘은 진안 용담댐 등 외지 것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근자에 들어 전주천에 수달이 등장해 물고기가 많이 줄어든 것도 한 이유가 된다. 비록 물고기를 수달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만큼 전주천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오모가리탕이 유독 전주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것은 소박한 풍류를 줄기기에 적당한 별미이기 때문이다. 한겨울만 아니라면 전주천변 나무 그늘 아래 놓인 평상에 둘러 앉아 오모가리탕을 맛볼 수가 있으니 이만한 유유자적이 또 없을 터다. 얼큰한 탕을 안주삼아 막걸리사발 몇 순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상 씻김이 되는 것이다.

    전주 오모가리탕은 이 같은 '풍류'의 키워드 이상으로 웅숭깊은 맛 또한 잘 담아내고 있다. 과연 '미식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전라도 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들깨와 들기름을 곧잘 사용하는 것이다. 오모가리탕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단 옴팍한 오모가리에 말렸다 불린 시래기를 깔고 그 위에 내장을 제거한 쏘가리 등 민물고기를 얹은 다음 들깨물과 육수를 붓는다. 이때 육수는 간수를 뺀 소금물만을 사용한다. 이는 민물고기 본래의 맛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여기에 민물새우와 통들깨, 다진 마늘, 파 등을 썰어 넣고 20~30분간 보글보글 끓여내면 얼큰한 오모가리탕이 완성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 민물새우는 국물에 시원한 풍미를 더해주는 감초와도 같은 존재다. 때문에 아예 민물새우만으로 탕을 끓여도 맛나다.

    은근하게 달궈진 질그릇, 오모가리는 밥을 두 공기씩 비울 때까지도 뜨끈한 온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탕 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오모가리탕의 매력이다.

    오모가리탕의 또 다른 백미는 갓 지은 쌀밥이다. 매번 손님을 받을 때마다 밥을 새로 지어 주기도 하는데, 일본의 고시히카리 쌀밥 못지않게 윤기가 흐른다. 특히 가을철 햅쌀밥은 잘 담근 김치 하나만으로도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만큼 맛나다. 따라서 얼큰한 오모가리탕과 햅쌀밥의 조합이란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전주의 맛집은 기본적으로 밑반찬이 탄탄하다. 내가 찾았던 오모가리탕집에서는 고들빼기김치, 갈치젓에 담근 고추 장아찌, 조선간장으로 짭짤하게 쪄낸 깻잎 등 여남은 가지 반찬이 상을 가득 메웠다. 밥 한술 뜰 때마다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귀한 것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맛깔스런 밑반찬도 오모가리탕의 시래기에는 견줄 수가 없다. 지난 겨울부터 시나브로 말려온 시래기와 우거지가 살찐 가을 물고기와 만나니 그야말로 영양덩어리 그 자체다. 한 가닥 죽 찢어서 쌀밥위에 얹어 먹자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마무리는 바삭바삭한 누룽지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는 밥을 퍼낸 솥단지에서 떼어낸 둥글 넙적한 누룽지를 한 움큼 쥐어 준다. 전주의 정(情)이다.

    맛난 별미를 먹고 전주 구경은 어디가 좋을까? 역시 전주는 한옥마을 중심으로 연계 여정을 꾸리는 게 무난하다.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한복체험, 거리음식 등을 맛보는 젊은이들 사이에 섞이면 생기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한옥마을 인근에는 오래된 전동성당, 이성계의 어진이 있는 경기전과 한벽루가 있고, 남부시장에서는 전통시장의 묘미에 젊은 청년들이 펼치는 다양한 문화실험들도 함께 접할 수 있으니 더욱 신선하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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