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 연구 허용될까"…정부 공론화 `시동`건다

    기사입력 2017-09-25 08:04:34

    정부가 인간배아 및 체세포 대상 유전자 치료 기초연구를 허용할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이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 연구를 허용한데다 국회도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 생명윤리와 인간배아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또한번 불붙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간배아 대상 유전자 치료 연구를 금지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내달 수렴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의견수렴은 국내 연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형태로 광범위하게 진행되며 모아진 의견은 생명윤리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규제가 많아 연구조차 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며 "체세포나 배아, 생식세포 대상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관련 부처, 법조계, 생명공학연구기업 등으로부터 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신 의원은 "생명윤리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유전자 치료 연구의 범위가 모호해, 연구자 입장에서는 법 위반에 따른 제재나 감사 조치가 두려워 연구 자체를 꺼리거나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를 명확히 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조문 개정을 통해 연구자들이 창의성을 가지고 엄격한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인간배아 대상 유전자 교정 연구를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잇따라 수행하면서 국내에도 이런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팀은 인간배아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교정한 바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에서 인간배아는 물론이고 난자, 정자,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 적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부세포 같은 체세포에서도 연구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유전질환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의 질환은 체세포에서 유전자 치료 연구가 가능하지만, 퇴행성 관절염이나 안과 질환 등의 연구는 진행할 수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4년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가장 큰 이유는 '인간복제'를 막기 위함이었다. 19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 보고된 뒤 여러 동물복제 연구가 이어지며 '복제인간'의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배아(체세포복제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착상시키고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시키는 전체 행위를 금지했고 2005∼2006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난자 등 생식세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인간배아 유전자 치료 적용은 기초연구에 한해선 허용하는 쪽으로 돌아선 추세다.

    물론 무조건이 허용하지는 않는다. 수정 후 2주까지의 배아 연구만 할 수 있고, 착상은 금지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중국, 일본, 영국은 기초연구를 허용했고 미국은 연구비를 제공하는 주(州)도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영국에서도 인간배아실험 결과가 최초로 보고되며, IVF(체외수정)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기계는 이런 기초연구 가능성이 원칙적으로 차단돼 연구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임상시험 이전에 과학적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현행법은 이 신뢰를 쌓을 기회조차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초연구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종교계의 반대다. 지난 1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인간배아에 우려를 표명하는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에 관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생명윤리자문위는 의견서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 성과를 거론하며 "매우 중대하게 부도덕한 일이고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학기술계의 합치된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해 주면 종교계, 윤리계, 보건계, 법조계 등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sun@yna.co.kr

    <연합뉴스>
    • 기사리스트
    • |
    • 기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