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도다리 쑥국>

    기사입력 2017-02-27 15:38:44

    도다리 쑥국
    이번 주가 입학시즌이니 이제 본격 봄이 시작됐다. 절기도 우수를 넘어 경칩을 바라보는 마당에 우리 몸과 마음은 이미 겨울을 털어내고 있다. 환절기 신체의 변화 중 가장 민감한 게 있다. 바로 입맛이다. 때문에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단번에 되돌릴 상큼한 미식거리가 있다면 이만한 봄맞이가 또 없겠다.

    우리 국토가 좁은 땅덩어리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남녘의 계절감은 확연히 다르다. 남쪽에서는 이제 사람들의 옷차림도, 바닷가 화목들의 자태에서도 봄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이즈음 한려수도의 시발점인 경남 거제를 찾으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봄기운 속에 '해변 드라이브의 낭만'과 '봄철 별미'라는 멀티 여정을 맛볼 수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봄 별미로는 '도다리 쑥국'을 꼽을 수 있다. 봄철 대표 어족인 도다리와 봄쑥의 신선한 조합이다. 야들야들한 봄 도다리 살에 노지 쑥을 넣고 팔팔 끓여낸 '도다리 쑥국' 한 그릇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봄 보양식이 된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한소끔 끓여냈을 뿐인데 이토록 시원 향긋한 도다리 쑥국이 뚝딱 만들어지는가 싶을 정도다.

    한편 도다리는 문치가자미, 물가자미 등과 함께 가자미목 넙치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본래 도다리라는 이름을 지닌 생선이 있지만 가자미와 넙치(광어)를 총칭해 '도다리'라고도 부른다. 그중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가자미는 20여 종에 이른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겨울을 난 도다리는 초봄 진해만, 삼천포 앞 바다로 북상한다. 이른바 봄도다리다. 동백꽃이 지기 시작하는 이 무렵이 마침 남해안 섬지방에는 해쑥이 올라오는 때로, 봄 도다리와 천상의 음식궁합을 이루게 된다.

    도다리 쑥국에는 이 때 많이 잡히는 문치가자미를 쓰게 된다. 겨울철 울진, 삼척, 속초 등지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는 가자미식해용이다.

    거제, 통영 일원에서는 도다리 쑥국용으로 노지쑥을 주로 쓴다. 쑥향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다. 때문에 겨울 물메기 철이 끝나면 섬지방 아주머니들은 양지바른 둔덕을 찾아 해쑥 캐기에 열중한다.

    이처럼 도다리 쑥국은 바다와 육지의 봄내음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제철 별미이다. 본래 도다리가 비리지 않은 데다 향긋한 봄쑥까지 어우러지니 까칠한 입맛의 소유자도 '시원한 국물맛'에 매료될 그런 풍미가 담겼다.

    거제 의 동백꽃은 3월에도 아름답다.
    거제 사람들은 도다리 쑥국 같은 '제철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임을 강조한다.

    거제에서 40년이 넘도록 도다리 쑥국을 끓여 왔다는 한 식당의 주인은 "봄에 도다리 쑥국 세 번만 묵으마 몸이 무거버 정제(부엌) 문턱을 못 넘는다 아입미꺼"라고 자랑했다. 도다리 쑥국이 그만큼 몸에 좋아 살이 오른다는 의미다.

    거제도 양지에서 쑥을 캐던 한 할머니도 "춘삼월에 쑥국 세 번만 묵으마 여름 병치레는 영 넘이다"라고 정색을 하신다.

    봄이 오는 길목. 몸을 부드럽게 일깨워 줄 시원 향긋한 국물이 그립다면 '도다리 쑥국'을 찾아 떠나는 봄마중도 괜찮을 듯싶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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