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체육시간]작은 관심이 가져온 아이들의 변화

    기사입력 2017-01-18 09:02:30



    아이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즐겁게 뛰면서, 우리를 알아가고, 배려를 배우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시간'입니다.

    스포츠조선이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 함께 그런 '심쿵' 체육시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일선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학교체육의 '롤모델'을 만나봅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 시간을 향해 한걸음씩 더 내딛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진정한 '심쿵' 체육시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자~, 우리들의 '심쿵' 체육시간, 그 마지막 수업을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주>

    인천안산초등학교 농구부 우영재 교사와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떤 일에서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유명한 개념이다. 그만큼 시간의 힘은 무섭다. 하지만 시간의 힘 만큼이나 강력한 것이 있다. 바로 관심이다.

    인천안산초등학교 농구부는 '관심의 힘'을 경험했다. 2005년 창단한 농구부는 10년 넘게 전국소년체전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오장석 교장선생님은 "흔한 말로 '아웃사이더'였다"며 "우리는 다른 학교를 들러리 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더' 농구부가 변한 것은 불과 2년 전, 우영재 선생님이 부임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천안산초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은 우영재 선생님은 농구부에 관심을 가졌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욱 재미있게 농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농구부 재건에 힘썼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고, 체계적으로 훈련 일정을 짰다. 겨울방학에는 청주, 춘천 등으로 동계 훈련을 떠나 연습경기를 하기도 했다. 오장석 교장선생님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다. '우리도 하면 될 것 같다'는 움직임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수면 아래서 미묘하게 느껴지던 미동은 커다란 진동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생활부터 달라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부 활동을 한 '주장' (김)민재는 훌쩍 자란 키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민재는 "키가 많이 컸어요. 무엇보다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 저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우영재 선생님은 "민재는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던 아이였다. 1년 전만해도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형들에게 눌리는 모습도 있었다"며 "욕심을 내서 열심히 훈련했다. 키가 큰 것은 물론이고 자신감도 붙었다. 지금은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농구부 활동을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농구부의 실력도 훌쩍 성장했다. 인천안산초등학교는 제71회 전국 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2위를 차지하더니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정상에 우뚝 서며 자타공인 '강팀'으로 거듭났다.

    인천안산초등학교 농구부 우영재 교사와 아이들이 방과 후 드리블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아이들은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나서기 위해 한 달 넘게 오전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가장 기본적인 드리블부터 패스, 점프 슛 등 기술 훈련까지 소화했다. 오후에도 훈련은 계속됐다. 아이들은 방과 후 3시간정도 집중 훈련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빡빡한 훈련 일정. 그러나 아이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황)치웅이는 "공부도 하고 농구도 하는데, 친구들이랑 함께하니까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매일 훈련을 해서 그런지 엄청 친해졌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인천안산초등학교 농구부 아이들이 훈련 전 일지를 쓰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아이들의 미소에 농구부를 이끄는 우영재 선생님의 얼굴도 밝아졌다. 하지만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학업이 걱정됐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정규 수업에서 뒤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보완책이 필요했다. 긴 고민 끝에 '추가 수업'이라는 답을 찾았다.

    우영재 선생님은 "농구를 전문적으로 하던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몇몇 친구들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학창시절 오직 농구만 했다. 프로 진출이 좌절된 후 방황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 선수들에게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코치 선생님은 기본 과목을 반드시 가르친다"며 "대회 기간이나 전지훈련 때는 공부 계획서와 평가서를 받아서 공부를 시킨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천안산초등학교 농구부 아이들은 훈련 전에 영어와 한자를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치 못하면 그 자리에서 숙제를 먼저 해야 했다.

    농구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우리 아이들. 열심히 한 덕분에 큰 선물도 받았다. 농구부 아이들은 인천지역 프로농구단 전자랜드 선수들의 '재능기부'로 볼핸들링 및 다양한 드리블 기술을 직접 배우고 익혔다. '농구 스타'를 직접 만난 아이들은 농구 선수의 꿈도 키우게 됐다.

    오장석 교장선생님은 "우리학교 농구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한 번 더 치고 올라가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며 "아이들에게 자긍심이 생겼다. 좋은 경험은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농구부 아이들의 일상을 바꾼 우영재 선생님은 '2016년 학교체육대상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상'을 받았다. 우영재 선생님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협조를 한다면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운동과 공부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초중고 학교체육 현장을 다니며 운동과 공부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두 개의 축. 운동과 공부의 공존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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