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 '삼치회'>

    기사입력 2016-11-07 14:29:35

    삼치회
    어제(11월 7일)가 절기상 입동(立冬)이었으니 이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맘때쯤이면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별미가 있다. 부드러운 육질이 무슨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횟감, 바로 삼치회다.

    흔히 삼치의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구이나 조림으로 맛보고는 있지만 회는 다소 생소하다. 이는 삼치회가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뿐더러 이맘때를 벗어나면 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옛 선인들이 소개하는 삼치의 풍미와 특성에서도 삼치가 '산지 별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적혀 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 실린 삼치에 대한 일화다.

    -삼남지방에 내려온 한 관찰사가 삼치의 맛이 너무 좋아 그 맛을 보라고 정승에게 보냈으나 지방질이 많은 삼치가 운반 도중 상해버렸고, 썩은 생선을 받은 정승이 몹시 화가 나 관찰사를 좌천시켰다. 그 후 사대부들은 삼치를 '벼슬길에서 멀어지는 식품'이라 하여 먹는 것을 기피하며 '망어(亡魚)'라고 불렀다고 한다. -

    삼치가 맛나지만 쉽게 상하는 생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완도 어판장에서 상인들이 싱싱한 초겨울 삼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요즘 잡히는 삼치는 기름기가 제일 많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연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때문에 미식가들은 '참치 뱃살만큼 고소하고 부드러운 게 풍미가 있다'고 극찬한다. 게다가 비린내도 나지 않으니 누구나 쉽게 먹을 만한 횟감이다.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전남 완도, 여수, 제주도, 추자도 등 국내 남서해안 일원에서는 부드러운 삼치회가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삼치는 비교적 먼 바다에서 잡아오는데, 완도와 제주도의 중간쯤인 추자도 인근, 나로도, 청산도 해역이 주어장이다. 요즘 잡히는 삼치는 큼직한 게 방어보다는 몸집이 크고 다랑어 보다는 작다. 씨알이 굵은 것은 5kg이 넘는다. 삼치는 멸치가 많이 나는 해역에서 조황이 활발하다. 삼치가 멸치를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빛 나는 멸치모양의 가짜 미끼를 써서 낚시를 한다.

    삼치회는 먹는 방법도 조금 다르다. 초고추장 대신 간장소스를 찍어 먹는다. 고소한 간장소스는 간장에 실파, 고춧가루, 깨, 참기름 등을 섞어 그 맛이 짭짤 고소하다. 완도 토박이들은 삼치 회를 주로 마른 김에 싸서 먹는다. 싱싱한 삼치회 한 점을 간장소스에 찍어 막된장, 마늘, 묵은지 등과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밥한 술을 얹으면 '세상에 이처럼 맛난 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산지에서 맛보는 삼치구이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서울의 생선구이 전문점 삼치가 제 아무리 싱싱하다 해도 완도-제주도 산지에서 대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삼치는 비교적 저렴한 횟감이다. 요즘 한참 물이 오른 도미보다 가격이 싸다. 삼치회(4만~6만 원)와 구이, 식사를 함께 해도 서넛이서 10만 원선이면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11월의 완도는 알록달록 늦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만추의 풍광이 운치있다. 특히 고산 윤선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보길도 세연정이며, 느릿한 여정이 매력 있는 청산도, 장보고 장군의 유적지 청해진 등 주변 볼거리도 쏠쏠하다. 마침 보길도는 싱싱한 전복의 주산지로 생전복을 두툼하게 한 접시 썰어 놓고 그 풍미도 온전히 맛볼 수 있으니 초겨울 이만한 미식기행지가 또 없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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