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 10의 벽 높았다, 정 현 마이애미오픈 2R행 실패

정 현. 사진제공=대한테니스협회

아직까지 세계 톱 10의 벽은 높았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 현(121위)이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이애미오픈 단식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정 현은 28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대회 단식 본선 2회전에서 세계랭킹 9위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에게 0대2(3-6, 4-6)로 졌다.

이변은 아쉽게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를 받아 이 대회에 진출한 정 현은 1회전에서 세계랭킹 50위 마르셀 그라노예르스(스페인)를 2대1로 꺾고 파란을 일으켰다.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한국 남자 선수가 투어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8년 9월 이형택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질이 높은 대회에서의 승리였다. 이번 대회는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 가운데 하나이다.

이날 정 현은 허무하게 패하진 않았다. 그러나 긴장은 떨칠 수 없었다. 1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2-3으로 맞서던 정 현은 6번째 게임에서 안타까운 범실을 했다. 30-0으로 앞서 가던 상황에서 더블폴트를 한 것. 결국 이날 처음으로 브레이크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 현은 곧바로 따라붙었다. 베르디흐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쫓아갔다. 그러나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리고 맞은 9번째 게임에선 두 개의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1세트를 헌납하고 말았다.

분위기를 넘겨줬지만, 정 현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세트 초반 비 때문에 경기가 한 동안 중단됐다.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베르디흐의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정 현은 베르디흐의 서브 게임을 빼앗는 등 게임 스코어 4-1로 앞서 나가며 반격했다.

하지만 정 현은 뒷심 부족을 보였다. 베르디흐에게 계속해서 게임을 내주면서 4-5로 전세가 뒤집혔다. 마지막 게임에서 정 현은 베르디흐의 강력한 서브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베르디흐의 패싱 샷에 고전하다가 2회전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김진회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