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공식명칭 심판 합의 판정제)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방송사간에 조율이 되지 않은 모습이다.
비디오 판독이 시행된 사흘째인 24일 부산 사직구장에 첫 비디오 판독이 나올 뻔했다.
김상수가 억울하다는 듯 크게 제스쳐를 취했고, 삼성 류중일 감독이 덕아웃 앞에 나와 섰다. 비디오 판독(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무사 1,2루 상황이 심판 합의 판정에 따라 1사 1루로 바뀔 수도 있었다.
류 감독은 한참을 서 있었다. 비디오 판독은 판정이 나온 후 30초 이내에 요청해야 한다. 류 감독은 감독실에서 TV 리플레이를 보고 있던 구단 프런트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인이 오지 않았고 류 감독은 결국 더 기다리지 못하고 김성래 수석코치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갔다. 류 감독은 김풍기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김 주심은 30초가 지났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루쪽으로 가서 김풍기 주심 등과 한참을 얘기한 뒤 돌아왔다. 결국 일반적인 어필로 끝난 것.
그런데 줄곧 류 감독의 모습을 비쳐주던 방송사는 그가 어필을 위해 그라운드로 갈 때쯤 되자 리플레이를 보여줬다. 롯데 1루 주자 용덕한의 발보다 공이 조금 더 빨리 도착한 것으로 보여 오심의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각도의 카메라로는 공을 잡는 순간 유격수 김상수의 발이 일찍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줬다.
문제는 TV 중계의 리플레이가 너무 늦게 방송됐다는 점이다. KBO는 이닝 종료나 경기 종료 때의 판정에 대해서는 10초 이내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도록 했지만 노아웃이나 1아웃 상황 때는 30초의 시간을 줬다. 이닝 종료 때는 수비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경기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10초로 제한했지만 다른 경우엔 요청하는 측에서 비디오 리플레이를 보고 나오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그동안 중계방송을 볼 때 30초면 어느 정도는 리플레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선수단이 보고 싶어하는 30초 동안은 리플레이를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KBO가 정한 30초라는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방송사에는 평소와 똑같이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판정 때 곧바로 리플레이를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리플레이를 언제 하는지는 방송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는 구단측이 리플레이를 보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도 중계방송의 리플레이를 보고 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하지만 중계방송사가 리플레이를 방송하지 않는다면 감독들은 자신의 눈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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