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서영이' 닭살 뛰어넘은 특별한 감동

기사입력 | 2013-03-04 13:48:01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마지막회를 한 마디로 줄이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서영이의 즐거운 나의 집엔 웃음꽃이 만발한다.

'내 딸 서영이' 마지막회에서, 이서영(이보영)은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사랑고백을 전남편 강우재(이상윤)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감동한 우재는 서영이에게 달려가 눈물의 키스로 화답했다. 이서영-강우재커플 미션클리어. 그들의 키스와 동시에, 심봉사가 눈뜨듯이, 생사를 오가던 서영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가 의식 회복을 알렸다. 덕분에 이삼재-이서영 부녀의 오랜 갈등도 완전히 해소됐고, 부녀의 애정과 신뢰는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 강기범(최정우)이 나서서, 우재와 서영이의 재결합을 추진했고 이삼재는 말없이 콜을 외쳤다. 양가 아버지의 지원속에 우재는 한결 느긋한 자세로 서영이의 간을 봤지만, '우재씨, 내딸서영이 마지막회인 거 잊었어?' 차도녀 서영이의 돌직구 프로포즈에, 우재는 밀당은 내몫이 아니라며 넓은 가슴으로 서영이를 안아주었다.

서영이만 행복할 수 없다. 삼재의 내아들이자, 서영이의 쌍둥이 동생 이상우(박해진)도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사랑고백 2탄, 국민며느리 최호정(최윤영) 신데렐라 만들기에 착수했다. 상우는 호정이에게 꽃다발과 구두를 선물하며, "내 아내가 되어주어 고맙다.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호정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빠질 수 없는 키스. 옵션으로 서영-우재커플과 합동결혼식, 2년 뒤 쌍둥이출산까지 풀코스로 예약해버린 이상우-최호정커플.

그 뿐인가. 손주보는 차지선(김혜옥), 안마하는 강기범, 늦둥이 스타 최민석(홍요섭), 매니저 강성재(이정신), 준매니저 김강순(송옥숙), 갑툭튀 윤소미(조은숙), 유학 간 강미경(박정아), 어장관리 최경호(심형탁)까지, 드라마 '내딸서영이'의 모든 인물들이 우리도 행복합니다를 보여줬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 서영이가 행복해지니까, 주변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한 포지션을 부여받는. '서영이만사성'을 보여준 마지막회였다.

이보다 더 해피엔딩일 순 없다. 완벽한 해피엔딩.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마지막회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시청자에겐 '내 딸 서영이'의 마지막회가 싱겁게 느껴졌을 지 모른다. 서영이가 줄 수 있는 특별한 결말을 기대한 시청자에겐 더욱. 하지만 개인적으론 '내딸서영이'의 마지막회 결말이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 오히려 평범함이 주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대표적으로 서영이가 의식을 회복한 삼재에게 했던 "고맙습니다."란 지극히 평범한 대사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

'고맙습니다'란 표현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하다. 너무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장에서, 우리가 사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에게도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참 많이 한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평범하고 쉽고 자주 쓰는 이 말이, 이상하게도 부모에게는 쉽게 하지 못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세상에서 가장 고마워해야 할 부모에게 말이다. 참 아이러니다.

우리는 말한다. '고맙습니다. 고마워.' 그런 말을 쑥스럽게 꼭 해야 아나. 부모인데, 가족인데. 물론 이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생판 몰랐던 남한테도 쉽게, 잘도 하는 말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게 잘 못한다는 건 역시나 씁쓸하다.

반대로 자식이 부모에게 쉽게 내뱉는 말도 많다. "엄마(아빠)가 뭘 알어? 잘 알지 못하면서."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부모님이랑은 대화가 잘 안 통해. 우리 부모는 나를 잘 몰라서 답답해.' 어폐가 있다. 친구들에겐 자기 얘기를 시시콜콜 잘 하면서도, 부모에겐 자기 얘기를 잘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쉽게 말한다. 참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다.

드라마 '내딸서영이'가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살 수 있던 것도, 결국 부모와 자식간에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삼재는 누구보다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늘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딸 서영이 역시 가족을, 아버지를 고맙게 생각하던 착한 딸이었다. 단지 경제적 위기속에 원치 않은 오해를 낳고, 부녀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어긋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미안하다는 말, 잘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평범하고도 짧은 이 말 한마디가 힘들어, 때때로 가족은 남보다 어색해지고, 불편해지며, 결국엔 화목했던 가정을 위기로 내몰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 '내딸서영이' 마지막회가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삼재는 딸 서영이게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딸은 아버지에게 '잘못했어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지난 모든 과정을 복기하게 만든다. 대화가 중요한 것이다.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남이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대화와 이해를 앞세울 수 있음에도, 가족이란 이유로 대화와 이해를 쉽게 포기하는 우리에게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마지막회 결말과정에서 해피한 기운이 넘쳐 중간중간 너무 '오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반대로 우리가 가족안에서 고마움을, 행복을 누리고 표현하는 방법에 여전히 익숙하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서로 볼 거, 안 볼 거 다 보면서 살아온 가족안에선, 좀 오글거려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

'내딸서영이'의 마지막회는 47.6%(닐슨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비록 기대했던 시청률 50%돌파는 무산됐다. 하지만 매회 안방에 잔잔한 울림을 낳았던 '내딸서영이'는 국민드라마로 손색없었다. 건강한 드라마, 좋은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 그리고 훌륭한 연기력으로 감동을 배가시킨 이보영-천호진 등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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