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명탐정'제작자 김조광수, 동성 파트너와 결혼

    기사입력 2011-03-15 13:44:37

    김조광수 사내
    7년간 만나 온 동성 파트너와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힌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도 불사할 생각입니다."

    5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올 초 최고의 흥행작이 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제작한 김조광수(46) 청년필름 대표가 '폭탄 선언'을 했다.

    김조광수 대표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7년간 사귀어 온 동성 파트너와 내년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배우 홍석천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몇 안 되는 국내 유명인사라는 점을 생각해도 놀라운 소식이다. 지금까지 성적 소수자 중에서 김조광수 대표같은 유명인이 공개 결혼식을 올린 적은 없었다.

    물론 결혼식을 올린다 해도 당장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김조광수 대표는 "아마 혼인신고를 하려고 해도 거부당할 것이다. 그러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헌법소원을 내고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면서,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할 생각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더 늘어나야 한다. 성대한 결혼식은 이슈몰이를 위한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절친한 충무로 관계자들뿐 아니라 물론 영화 제작을 통해 친분을 쌓은 예지원 박해일 김혜수 등 배우들도 결혼식을 응원해 줄 전망이다. 특히 김혜수는 김조광수 대표의 성적 소수자 인권단체를 후원하기도 하는 절친한 사이인 만큼, 결혼을 앞두고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현재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곳은 아시아에서 대만뿐이다. 하지만 한국은 동성결혼 합법화는커녕 동성애에 대한 시선도 아직 차가운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게이 커플의 결혼식이 화제거리로 방송된 적은 있지만, 공중파 드라마에선 동성 커플이 성당에서 언약하는 장면조차 방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이야기다.

    김조광수 대표와 결혼할 상대는 27세의 평범한 학생이다. 나이 차이는 19세. 그는 자신이 쓰는 칼럼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파트너의 아버지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조광수 대표는 "그 친구의 부모님에게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보다 19세의 나이 차이가 더 문제일 것 같다"며 웃었다. 김조광수 대표의 파트너는 아주 최근에 자신의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했다고. 하지만 '우리 아들은 그냥 다소 여성스럽다'고 생각해 온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김조광수 대표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괜찮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반인인 파트너에게 공개 결혼식이 다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김조광수 대표는 "그 친구 또한 성적 소수자를 위한 인권 운동에 앞으로 힘쓸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파트너와 김조광수 대표는 앞으로 합심해 '게이 타운' 만들기를 꿈꾸고 있다. 김조광수 대표는 "한국에는 이른바 게이바 밀집지역은 많지만 제대로 된 '게이 타운'이 없다. 그 친구와 함께하는 인권 운동을 통해 외국처럼 성적 소수자들이 좀더 마음편히 생활할 수 있는 게이 타운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흥행으로 지금까지 제작을 하면서 진 빚을 다 갚았다는 김조광수 대표는 최근 "이제 독립영화 안 만들겠네?"라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저예산 독립영화와 규모가 큰 상업영화를 번갈아가며 제작할 생각이다. 또 감독으로서도 그만의 색깔인 '재기발랄한 퀴어영화'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제작자일 뿐 아니라 '친구 사이?' '소년, 소년을 만나다' 등 명랑한 퀴어영화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예전만 해도 퀴어영화라고 하면 무조건 음울할 것 같다는 인상이 컸어요. 하지만 제 영화는 밝고 행복한 게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죠. 저는 그런 색깔로 나름대로 시장 선점을 할 생각이에요. 외국에는 퀴어 전문 케이블 채널도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저도 게이 타운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런 채널을 운영한다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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