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장미란의 눈물 "다들 뜯어말렸는데..."

    기사입력 2010-11-19 20:40:32 | 최종수정 2010-11-19 20:48:59

    장미란(27·고양시청)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뒤 김기웅 여자대표팀 감독에게 안겨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아시안게임 생애 첫 금메달의 기쁨 보다도 1년간의 고통과 인내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장미란은 1999년 중학교 3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이래 올해 가장 힘든 1년을 보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치고 '안식년'으로 삼았어야 할 2009년 오히려 오버페이스하고, 올해 초 교통사고까지 당해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었다.

    지난해 국내(경기도 고양)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고 하여 한국 역도 간판으로서 나몰라라 할 수 없어 바벨과 씨름했다. "언제 다시 국내에서 세계대회가 할 지도 모르고 역도 붐을 위해 출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게 사석에서 밝힌 장미란의 말이다. 대회가 끝난 뒤 당연히 녹초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벼운 부상이라 금새 훌훌 털고 일어났다는 보도된 바와 달리 심각했다. 모교인 고려대병원에 한동안 입원하고 통원 치료도 꽤 오래 했다. 사고가 난 뒤 보름이 훨씬 지난 때에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기자가 "이 사실을 왜 숨기냐"고 하자 "사고내신 (가해자) 분께서 엄청나게 미안해 하실텐데 이런 뉴스가 나가면 더욱 힘들어하실 것이다"고 말했다.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동계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이후 무관심 속에 눈물나는 재활을 했다. "무관심이야 늘 있던 일인데요 뭘. 대회 때 반짝 인기있는 것 한 두번 아니잖아요"라고 하면서.

    9월이 되서야 슬슬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9월18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김기웅 감독과 물리치료사 모두 참가를 뜯어 말렸다. "이 상태로는 운동할 수 없다"고 몇번이나 회유하고 혼도 냈다.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이번엔 허리를 삐끗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목 통증도 남아있던 상태였다. 만신창이가 됐다. 하루에도 몇번씩 물리치료사를 들락날락했고 표정은 어두웠다. 편도선이 좋지 않았는 지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살았다.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가 강행하는 이유를 묻자 장미란은 "개인적인 목표(세계대회 5연패) 보다는 팀을 위해(올림픽 출전권 확보 차원)뛰겠다"고 했다.

    고작 일주일 바벨을 들고 힘겹게 참가한 세계대회에서 결국 3위로 마쳤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회 내내 안쓰러웠다. 운동하는 걸 힘겨워 해서 서 있는 시간 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개인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입상해서 대표팀의 올림픽 쿼터 확보에 큰 도움을 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정상이 아니었다. 참가를 말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개인 욕심을 부렸다. 선수로서 생애 마지막이 될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지난해 세계대회 우승할 때 컨디션과 비교하면 몸 상태가 70~80%도 안 됐다. 이날도 운동량이 부족해 왼쪽 팔에 힘을 줄 수가 없어 바벨이 계속 기울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태초'의 근육까지 쥐어짜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눈물에는 고통과 인내가 진하게 베어 있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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