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의 관광포커스 =휴가 준비? 여행자의 매너부터 챙기자! >

    기사입력 2017-07-12 06:48:53

    7월 중순, 본격 휴가철이 시작됐다. 너도나도 즐거운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이 더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지난 주말 영호남이 만나는 섬진강을 향했다. 작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가끔 시간을 내는 곳이다.

    주말 이른 아침 KTX열차는 쾌적하다. 후텁지근한 바깥 공기와는 달리 빵빵한 에어컨 바람에 쾌적함을 실감하게 되는 공간이다. 차창밖 풍경은 또 어떠한가. 장마철 물기를 머금은 대지는 싱싱함 그 자체다.

    그런데 이 같은 기분도 잠시, 상큼한 분위기를 싹 가시게 하는 일들이 연달아 펼쳐졌다.

    <장면 하나>

    푹 곰삭은 깍두기 냄새가 코끝을 찔러댔다. 코를 움켜 쥐어야할 만큼 강렬했다. 평소 구수한 설렁탕과 궁합이 곧잘 맞는 밥반찬 깍두기 냄새가 밀폐된 열차 안에서는 고통스러운 악취에 가까웠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그 냄새의 진원지를 향했다. 여행에 나선 한 가족이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열차 안에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도시락을 까먹는 것은 끼니 해결 이상의 또 다른 추억 쌓기다. 그런데 이처럼 한 가족의 행복한 일상이 이웃 승객들에게 뜻밖의 고통을 안겨주고 만 것이다.

    안타까웠다. 그 밥상을 탓하자니 너무 야박스럽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은근히 얄밉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갈등의 순간이 흘렀다. 하지만 결론은 한 가족의 기분 좋은 여행길이 잘 이어지기를 바라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신 김치 냄새란 결코 향기롭지 못하다. 그 냄새를 기꺼이 나누지 못하면 고통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차 도시락을 준비해오려거든 우리 음식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냄새가 적게 나는 찬을 고려하는 게 맞다. 김치 깍두기 없이는 밥이 안 넘어가는 경우일지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의 헤아림은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자, 지각 있는 행동이다.

    사실 김치 등 우리의 발효음식이 맛과 영양 면에서는 대단히 우수한 식품이다. 하지만 도시락 반찬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국적기 중에도 아예 김치를 기내식으로 내놓지 않는 항공사도 있다. 대신 김치와 비슷한 효과를 낼만한 음식을 준비한다. 이는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항공기에 자칫 김치마늘 냄새가 배어들면 영업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해 1700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그중 KTX를 통해 지역관광에 나서는 해외여행객도 날로 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열차 안도 글로벌 관광의 현장에 다름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때다.

    <장면 둘>

    한 가족의 아침 식사가 승객들의 아침 단잠을 흔들어 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느닷없이 담배 연기 냄새가 차내에 스멀스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가당찮은 변고란 말인가. 조금 전 깍두기 냄새는 가족 소풍의 일환이라고 여기면 이해할만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의 담배 냄새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이없는 상황에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펴봤다. 하지만 객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는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승객들은 저마다 "누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나?" 수군거렸고, 부모와 함께 탄 한 유치원생 아이가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적혀 있어!"라고 말했다. 참으로 어린아이에게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이의 엄마는 "그치~, 맞어~"를 연발하며 제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뚫어져라 복도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중년의 사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화장실에서 나와 다른 칸으로 향했다.

    저 사람일까? 하지만 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설사 그가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치자. 어찌 하여 그 냄새가 객실까지 파고든단 말인가. 열차 공조시설의 엉성함 또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얼마 후 여객 전무가 나타났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가끔은 이처럼 매너 없는 흡연자가 있노라며 겸연쩍어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피운 담배 냄새가 어떻게 객차 안으로 스며드는지 그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추측컨데 에어컨 배관이 문제일 듯싶다. 그렇다면 정비 불량이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열차와 시외버스 좌석 등받이에는 아예 재떨이가 마련돼 있었다. 야간 완행열차 안에는 담배연기도 자욱했다. 그 무렵엔 항공기에서도 흡연이 가능했다. 그 아련한 추억이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되고 말았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바뀐 세상의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 사람의 일탈로, 수십 명의 승객이 이른 아침부터 불쾌한 경험을 맛보아야 했다.

    열차 내 화장실에는 노란 스티커에 붉은 글씨로 대략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열차 화장실에서 흡연시 화재감지 장치가 작동하여 열차가 비상정차 하게 되니 절대 금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범칙금도 부가됩니다-

    '열차가 비상정차 할 수 있다'는 위협적 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의 심사는 어떤 것일까?

    열차가 멈춰서건 말건 나만 기분 좋고 편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그것이다.

    곧 본격 바캉스 시즌이 펼쳐질 차례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접어둔 채 길을 나선다면 즐거운 여행길이 짜증 길로 바뀔 수가 있다.

    위 두 가지 사례는 하나의 열차공간에서 빚어진 작은 해프닝이지만, 우리 국민 품격의 현주소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이다. 사회구성원의 바른 품성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이다. 공익정신, 이웃 배려정신의 유무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요한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적질'에 능숙해진 국민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적다. 일상 속의 문제점들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열차 내 흡연도 비슷한 경우다.

    왜그럴까? 이는 남들을 지적 하는 데에만 열심일뿐, 정작 나의 작은 실천은 없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던져진 담배꽁초, 쓰레기 조각을 바라보며 혀만 끌끌 찰 뿐, 주워서 쓰레기 통에 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캉스 시즌, 휴가지에서는 슬그머니 버린 양심들을 곳곳에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그저 비난만 해댈 것인가?

    올여름 바캉스길에는 타인들의 일탈을 지적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그 잘못을 직접 수습해보는 작은 실천은 어떨까? 우리 온 국민들에게 이 작은 운동을 제안해본다. <문화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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