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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24.6%(남학생 48.7%)에 불과하다. 여전히 10대 여학생 10명중 7명은 일주일에 한번도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다이어트 시도율은 45.1%(남학생 23.1%)로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했다.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먹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하기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도 무려 18.8%에 달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운동은 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학생들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지난 5~6월 여학생 체육활성화 '런앤런(Run&Learn)' 캠페인, 9월 '런앤런' 포럼을 개최한 스포츠조선이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2차 캠페인을 시작한다. '땀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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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치기 똑바로 해!" 사람좋은 얼굴을 한 코치가 불호령을 내렸다. 여학생들이 앞뒤로 팔을 힘차게 흔든다. 그냥 발만 움직이는 달리기가 아니었다. '팔치기' '발끝으로 달리기' '무릎 들며 중심 끌어올리기' 등 기본기에 충실했다. 전문선수 못지 않은 날렵한 포즈가 이미 익숙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하실 숭덕초등학교 육상부 코치가 가르치는 육상교실은 '클래스'가 달랐다. 이 코치는 숭덕초등학교에서 엘리트 육상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교사다. '스펙'도 화려하다. 서울체고 시절 전국육상선수권 1위, 1992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던 '세단뛰기 국가대표' 출신의 에이스였다.
그러나 전문육상 지도자인 이 코치의 이날 수업은 '선수용'이 아니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3~6학년 학생들이 육상수업을 직접 신청했다.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전국육상연합회가 장비와 지도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런닝맨' 프로젝트다. 유·청소년들에게 정식 운동복과 장비를 지급, 16회(주2회 총 8주)에 걸쳐 '육상 키즈 프로그램' 전문 지도자로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게 했다. 재미있는 생활체육 육상을 보급해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시키고 육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재능 있는 학생을 발굴해 지속적 지도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목표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선순환을 목표로 진행중인 유소년 프로그램이다.
숭덕초등학교 25명의 지원자 가운데 절반 가까운 12명이 여학생이었다. 재미있고 질 높은 육상 수업에 대한 여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10회차 수업이 진행된 이날 비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25명 중 22명이 출석했다.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푼 후 던지기 수업이 시작됐다. '휘리릭' 휘파람 소리를 내며 치솟는 폭탄 모양 교구를 힘껏 던졌다. "위를 보면서 던져!" "희원아, 낮아, 더 높이 던져야 해" 개인별 맞춤형 처방도 주어졌다. 목표는 전날보다 좀 더 높이, 좀 더 멀리 던지는 것이다. "굿! 잘했어. 좋아졌어!" 코치님의 칭찬에 아이들이 생긋 미소지었다.
이어진 서킷 프로그램, 씩씩한 여학생들이 코치가 불러주는 4자리 숫자대로 숫자판의 숫자를 정확하게 밟아낸 후 앞으로 달려나갔다. 사다리 모양의 스피드래더, 장애물 돌아가기, 미니허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코스를 완주하는 미션을 모두가 신나게 수행했다. 일부 여학생이 마지막 허들에서 고전하자 코치의 응원이 이어졌다. "끝까지 해! 포기하지마." 있는 힘껏 두 발로 깡총깡총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하니'들의 이구동성 "체육활동 시간 더 많았으면"
이 코치는 "이 수업은 '선수'를 키우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게 달리고, 재밌게 놀고 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우열을 가리고 기록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레벨을 정해주고 학년별 운동능력별로 목표치를 설정해주고 도와주고 칭찬해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적응하게 하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여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하다. 혼낼 때 혼내더라도 곧바로 풀어주고 마음을 들여다봐주는 노력, 교사의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운동 후 표정이 밝아져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1시간 '달리기' 수업은 여학생들의 표정을 거짓말처럼 바꿔놓았다. 소리없이 체육관에 들어섰던 여학생들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발그스레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선 지희원양(숭덕초6)은 "달리기가 정말정말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이현서양은 "코치님이 정말 좋다"고 소리쳤다.
'런닝맨' 프로젝트를 통해 제대로 배운 달리기 실력은 학교 정규수업에서도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구체적인 부분을 코치님이 가르쳐주신다. 잘 안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고 했다. "코치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정말 많이 늘었다. 여기서 배운 기술들이 학교 체육수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월 스포츠조선이 서울시-경기도 초·중·고 10개교 228명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에 적극 참여할 것같은가'라는 질문에 '여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체육교사'를 1위로 꼽은 조사 결과와 현장이 정확히 일치했다.
인터뷰가 신기했던지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 여학생들에게 "체육이 좋냐"는 질문을 던졌다. '우문'이었다. "네!"하는 뜨거운 함성이 체육관을 메웠다. "왜?"라는 질문도 우문이었다. "운동이 좋아서요." "체육 활동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3번, 아니 5번, 아니 매일매일 체육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너나없이 외쳤다. "운동이 공부보다 재밌어요." "하면 할수록 늘어요." "몸을 움직이는 게 즐거워요." "땀을 흘리고 나면 상쾌해요." 체육을 사랑하는, '하니'같은 여학생들의 씩씩한 활기가 반가웠다.
전국육상연합회 홍성인 사무처장은 "육상은 비인기종목, 힘든 종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런닝맨' '키즈런' 같은 프로그램 보급을 통해 여학생들이 육상을 즐겁게 재밌게 받아들이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육상 키즈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돼 더 많은 여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여학생들도 16회로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마지막 우문에 "꼭 신청해야죠!" "무조건 해야죠!"를 외쳤다. 어슴푸레 해가 진 저녁 신나게 달리던 여학생들이 무거운 학원가방을 들고 총총 사라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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