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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배우' 박유천에게 2014년은 특별했다. 영화 '해무'로 스크린 데뷔. 그리고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 단숨에 충무로 샛별로 떠올랐다. 트로피를 품에 안고 상기된 표정으로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던 박유천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봤다.
수상을 실감하지 못해 얼떨떨해하던 박유천과 달리 심성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환호하며 박유천을 축하했다. '해무' 촬영장의 막내로 박유천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느껴지는 장면이다. "지방 촬영이 많다 보니 배우와 스태프가 똘똘 뭉쳐서 지냈어요. 틈만 나면 술잔을 기울였고요. 두 분 감독님을 비롯해 '해무' 팀의 모든 배우, 스태프가 너무나 좋은 분들이라, 반년간 행복하게 지냈어요. 제가 복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해무'는 박유천에게 연기의 새로운 재미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기관실 안에서 액션신을 촬영하고 나면 말 한마디 못할 만큼 지치는데도, 짜릿한 희열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테면 힘든 척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훨씬 더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감정이 나오더라는 얘기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힘듦까지 즐겁게 느껴질 만큼 연기가 좋습니다."
설경구로부터 깜짝 선물도 받았다. '배우 박유천'이라고 이름이 새겨진 디렉터스 체어. 무려 20여 년 전 제작된 귀한 의자다. "볼품 없지만 꼭 선물해 주고 싶었다"는 설경구의 메시지를 전하던 박유천은 감동으로 다시 벅차올랐다. "원래도 설경구 선배를 좋아했지만, 실제로 알게 되면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제 롤모델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드라마 '쓰리 데이즈' 이후 한동안 쉬다가 다시 작품을 고른 것도 선배 때문이었죠. 선배가 출연한 '나의 독재자'를 본 뒤 연기가 너무나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냄새를 보는 소녀'에 출연하게 됐어요."
'나중에 설경구 같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하니, 박유천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꿈이다. 그래서 2년 뒤 박유천이 더욱 궁금해진다. "공익근무를 하며 대중의 시선 밖에서 지내다 보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길 테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겠죠. 내가 나다운 삶을 살아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제대했을 때 더 갖춰진 사람이 돼 있었으면 좋겠어요."
30대를 맞이하는 두려움에 대해 묻자 "일이 잘 안 풀리면 동생(박유환)에게 용돈 받으면 돼요"라며 넉살 좋게 껄껄 웃는다. "실수는 많이 했지만 허투루 살지는 않았으니 30대에도 분명 제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을 거라 믿어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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