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테이너의 예능 반란, 어떻게 봐야할까?

    기사입력 2015-04-20 05:46:07

    '마녀사냥' 최현석


    셰프들의 반란이다.

    주방을 호령하던 셰프들이 브라운관까지 점령했다. 이제는 케이블, 종편, 지상파를 가리지 않고 셰프 한 두명 나오지 않는 방송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셰프들의 예능 진출,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냉장고를 부탁해' 정창욱


    셰프 없인 안돼?

    셰프들이 주로 활약했던 무대는 아무래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다. 먹방쇼, 쿠킹 레시피를 주로 소개하는 올리브TV를 통해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이제는 판도가 달라졌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의 발굴 무대로 자리매김 하더니 요리와 전혀 관련 없는 프로그램도 셰프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현석 셰프는 JTBC '마녀사냥' '썰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2 '해피투게더 시즌3', Mnet '댄싱9', SBS '룸메이트 시즌2' 등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고 이제는 KBS2 '인간의 조건 시즌3' 고정 게스트 자리까지 꿰찼다. 샘킴(MBC '일밤-진짜사나이 시즌2'), 레이먼킴(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 , 정창욱('인간의 조건 시즌3') 등 예능에 진출하는 셰프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등에서는 아예 '셰프 특집'을 기획할 정도다.

    '진짜사나이' 샘킴


    순기능은? "'먹방' 트렌드에 신선함을 더하다"

    셰프들의 인기는 방송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식샤를 합시다2' 등 최근 인기를 끈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리얼리티가 결합된 '쿡방', '먹방'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이 요리와 전혀 관련 없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 역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먹방이 인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생활 수준이 나아진 만큼 잘, 맛있게 먹고 마시는데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뜻이다. 이런 시청자의 심장 저격수로 나선 것이 바로 셰프 군단이다. 먼저 어느 가정집이든 냉장고에 한우 투플러스 안심 정도는 있잖아요'라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반인들의 냉장고에 있을 법한 재료로 고급 레스토랑 외식 메뉴를 만들어내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며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신선함도 추가했다. '예능 초보'들이 예능 서바이벌에 적응해가며 캐릭터를 잡아가는 모습이 능숙한 연예인과는 다른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 것. 예를 들어 '크레이지 셰프'로, 올리브TV '한식대첩' 등의 독설가로 유명했던 최현석 셰프는 최근 '허셰프'로 컨셉트를 바꿨다. 공중에서 소금을 흩뿌리거나 오버스러운 맛보기 리액션 등이 웃음 유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여기에 후배인 정창욱 셰프와 정형돈의 디스까지 겹쳐지며 예능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MBC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 실제 모델로 유명했던 샘킴 역시 '진짜사나이2'에서는 군대 막내로 갖은 고생을 하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시청자들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어떻게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들이 희소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여심 잡기에도 좋다.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가 '요리하는 남자'다. 더욱이 미카엘 최현석 등 요리 실력에 훈훈한 비주얼까지 겸비한 셰프들이라면 여심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송가에서는 '훈남 세프'만큼 쏠쏠한 재미를 안길 카드가 없는 셈이다.

    셰프 입장에서도 TV 출연은 좋은 기회다. 대부분 방송 출연이 잦은 셰프들은 이미 필드에서 명성을 쌓은 이들이다. 이미 입소문을 탄 레스토랑의 오너인 만큼 '레스토랑 홍보성 출연 아니느냐'라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브랜드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셰프들은 많다. 그중에서 '누가 가장 인지도 높고 실력 있는 셰프로 평가받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셰프들도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글의법칙' 레이먼킴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역기능은? "일본 따라잡기→장르 편중화"

    아무리 인기가 높다고 해도 셰프테이너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그중 하나가 '일본 따라잡기'. 사실 '먹방', '쿡방'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고독한 미식가', '심야식당' 등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한 '먹방' 프로그램이 일찌감치 선보인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옛날부터 일본에는 음식 드라마나 예능이 많았다. 한국에서 뒤늦게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나라의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는 자체 생산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장르와 소재가 '먹방' 혹은 '쿡방'에 국한된다는 것. 한때 MBC '일밤-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끌자 우후죽순으로 육아 예능이 생겨나고, 외국인들이 인기를 끌자 또 외국인 예능이 불티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셰프들과 음식이 없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관계자는 "유사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다양한 소재로 신선함을 줘야 프로그램의 생명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데 어느 채널을 돌려도 셰프들이 나오고 음식을 만들고, 출연자들은 그 음식을 맛보며 찬양하는 식이다. 심지어 음식과 아무 관련 없는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한정된 시간과 인적 자원을 두고 똑같은 장면을 무분별하게 찍어낸다. 이런 상태라면 시청자도 조만간 싫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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