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품은 남자' 정성훈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주겠다"

    기사입력 2013-08-01 15:07:46 | 최종수정 2013-08-01 15:25:44


    독이 가득찼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사실 비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로 12년차가 된 올해 전북을 떠나 대전으로 둥지를 옮겼다. 다시 주전 스트라이커로 도약을 꿈꿨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6경기 출전, 2골. 성적표는 초라했다. 시즌 초 당한 부상 여파로 컨디션이 저하됐다. 결국 7월 29일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됐다. 쉽게 말해, 방출됐다. 눈앞이 캄캄했다. 7월 31일 이적시장의 문이 닫히면, 꼼짝없이 무적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은퇴를 생각했다. 이 때 서광이 비췄다. 고향팀 경남이 손을 내밀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덥썩 잡았다. 서른 네 살이 된 축구선수 인생의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놈인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는 그의 각오 속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3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만난 베테랑 스트라이커 정성훈(34)은 칼을 품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한 도전'이었다. 남은 시즌 안에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야 했다. 그래서 계약기간도 6개월이다. 연봉도 구단에 백지위임했다. 사실상 출전수당만 받고 뛴다. 그러나 부활의 기회가 찾아온 것만 해도 감사한 현실이다. 정성훈은 "도전이다. 큰 마음을 먹고 왔다"고 했다.

    대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 누구보다 힘들어했던 것은 아내 박연희씨였다. 정성훈은 "팀이 정해질 때까지 2~3일 동안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더라. 그걸 보니 내가 못 견디겠더라. 반드시 팀을 정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든 것을 버리고 왔다. 가족들도 대전에 있다. 6개월 동안 힘들어도 참자고 했다. '나를 믿어달라'고 하고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저니맨'은 정성훈의 별명이다. 2002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대전, 부산, 전북, 대전을 거쳤다. 그리고 12년 만에 고향팀 경남과 인연이 닿았다. 마산 출신인 정성훈은 "여러 팀을 많이 거쳐 적응에는 자신있다. 특히 경남은 편안하다. 숙소에서 부모님이 사시는 곳까지 10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고 전했다. 숙소 생활을 자청한 정성훈은 "내 성격이 워낙 유쾌하고 후배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융화 면에선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직 팀에 합류한 지 3일 밖에 안됐는데 편해지더라"고 말했다.

    정성훈은 31일 울산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적 후 첫 경기를 보면서 '무엇때문에 내가 이곳을 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측면 돌파 이후 문전에 스트라이커가 없으니 크로스 타이밍이 좋지 않더라. 이렇다보니 측면 공격수들이 드리블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투입되면 이런 점을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정성훈에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기록이 필요하다. 목표는 공격포인트 10개다. 그는 "포인트를 약속했다. 20경기가 남았는데 10개의 포인트를 하고싶다. 그래도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하겠다"고 했다.

    70~80% 몸 상태인 정성훈은 마지막으로 품은 칼을 꺼냈다. "경남에서 은퇴를 생각하고 왔다. 내가 어떤 놈인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

    정성훈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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