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악 펜스 부상 희생자 강동우 "펜스 수리 시급하다"

    기사입력 2012-04-17 14:31:53 | 최종수정 2012-04-17 14:39:19

    한화 강동우(오른쪽)가 15일 인천구장에서 외야펜스 충돌사고로 쓰러진 정원석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15/




    "공포의 외야펜스, 모두가 나서자."

    한화 외야수 강동우(38)가 외야펜스 안전성에 대해 긴급제언을 했다.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방치할 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 선수협회 등 전방위로 나서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최고령 1번 타자로 불리는 강동우는 지난해 최고령 전경기(133경기) 출전, 개인통산 13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프로 14년차 베테랑 외야수다.

    지난 15일 인천 SK전에서 후배 정원석(35)이 타구를 잡으려다가 외야펜스와 충돌해 쓰러지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도움수비를 하려고 달려왔던 강동우는 떨어진 타구를 송구한 뒤 쓰러진 정원석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이 때 강동우는 "너무 마음아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외야펜스를 방치하고 언제까지 시행착오를 할 것인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우는 "프로야구 출범 30년, 7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본다면서 외야펜스로 인한 구시대적인 안전사고가 반복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규정을 지켰으니, 과거보다 좋아졌으니 안주할 게 아니라 여전히 안전을 위협하는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계속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야수는 포지션 특성상 펜스 플레이에 더 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강동우의 설명이다. "외야로 날아든 타구를 빠뜨렸다 하면 장타로 연결되거나 실점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야수는 외야펜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허슬플레이를 하게 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다."

    이런 외야수에게 각 구장의 펜스가 여전히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장애물로 남아있다면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이다. 펜스에 대한 공포감에 위축된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 야구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할 게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펜스를 개선하는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겠지만 그 돈 아끼자고 적지않은 몸값의 선수를 부상으로 잃어버리면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동우는 "솔직히 말하면 처리하기 위험하다 싶은 타구는 놓치면 그만이다. 그걸 잡자고 선수생명을 담보로 내놓는 선수가 어디 있겠냐"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그런 두려움을 품고 경기하게 된다면 스포츠맨십을 떠나 팬들에게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강동우가 외야펜스 문제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외야 펜스로 인한 최대 희생자였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첫해인 1998년 삼성 소속이던 강동우는 LG와의 플레이오프 도중 이병규의 타구를 잡으려다가 펜스에 부딪혀 정강이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했다. 이후 2년간 야구를 하지 못했다. 데뷔 첫해 10홈런을 기록하며 '제2의 이종범이 될 것'이라던 주변의 기대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도 한꺼번에 날아갔다. 피눈물 나는 재활로 복귀했지만 '인간승리'라는 위로만 있을 뿐 '최고의 유망주' 대열에서는 멀어져 있었다.

    강동우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주변에서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 소송을 하라는 권유가 많아서 차라리 선수생활 그만두고 소송을 통해 억울한 심정이라도 달래보자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야구인'이라는 숙명 때문에 소송을 포기한 강동우는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훨씬 지났는데도 펜스 플레이로 인한 부상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원석이는 적지 않은 그 나이에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을 감내할 정도로 야구와 자신의 선수인생에 절박한 친구였다. 원석이가 외야 경험이 부족해서 부주의한 것도 있지만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뛴 죄 밖에 없지 않느냐." 강동우가 정원석의 사고를 목격하면서 속으로 울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외야펜스 문제에 긴급제언을 하게 된 계기가 이 한마디에 묻어있다.

    강동우는 "더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비용이 드는 문제라면 KBO, 구단, 자치단체, 선수협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관련자가 나서 해결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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