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정무 인천 감독 전격사퇴

    기사입력 2012-04-10 22:18:56 | 최종수정 2012-04-10 22:54:00

    ◇허정무 감독. 스포츠조선DB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57)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허 감독은 10일 밤 스포츠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나를 믿어준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퇴 이유는 그동안 쌓였던 압박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감독은 2010년 8월 인천 지휘봉을 잡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신화를 이끈 허감독은 A대표팀의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고심 끝에 새 도전을 선택했다. 이후 1년 6개월간 시민구단의 새 지평을 열어보고자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과 장밋빛 꿈은 끝내 열매를 맺지 못했다.

    허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는 압박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팀을 지휘하게 된 2011년 K-리그를 앞두고 공격적인 리빌딩으로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곧 악몽과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주전 골키퍼로 점찍었던 윤기원이 숨을 거뒀다. 전도유망한 선수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광풍이 휘몰아쳤다. 인천이 승부조작의 중심에 있다는 뜬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4월까지 중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이때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한숨을 돌린 뒤에는 간판 공격수 유병수가 돌연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재계약 당시 해외진출에 적극 협조한다는 옵션과 바이아웃(일정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팀에 이적을 허락하는 조항)을 달았던 터라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부진한 성적에 가장 강력한 주포까지 빠지자 허 감독의 어깨는 축 늘어졌다. 후반기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도를 넘었다. 허 감독은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자 직접 찾아간 자리에서 비난의 포화를 맞아야 했다. 자식뻘 되는 서포터스 앞에서 막말을 듣는 수모까지 겪었다.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구단 고위층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세력싸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최승열 단장과 인천시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던 조건도 사장이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조 사장 취임 뒤 선수단 지원 및 새 시즌 계획이 표류하자 허 감독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조 사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선수단 임금체불사태가 벌어지자 조 사장이 관련된 모임을 중심으로 허 감독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불투명한 예산 문제, 허 감독의 고액연봉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올림픽, A대표팀 감독 시절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은 뒤 충격으로 한동안 인터넷과 연을 끊었던 허 감독은 직접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구단 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구단주이기도 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초기만 해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입장을 바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도 허 감독의 마음을 인천에서 떠나게 만든 요인이 됐다.

    허 감독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인천은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광주와 2012년 K-리그 7라운드를 치른다.
    박상경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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