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이지윤 아나운서,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기사입력 2011-12-09 14:10:26

    10일 결혼식을 하는 넥센 박병호와 이지윤 전KBSN 아나운서.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솔로'의 마지막 밤. 넥센 박병호(25)는 "실감이 안나는 데요"라고 했다. 10일 결혼식을 앞둔 '총각'은 그저 마음만 설렐 뿐이었다.

    배우자는 알려진대로 전 KBSN 스포츠 아나운서였던 이지윤양(29)이다. 지금은 홈쇼핑 채널 머천다이저로 근무중이다. 예비 남편을 위해 직업까지 바꾼 그야말로 예비 '현모양처'다.

    그런데 둘의 러브스토리가 '깜찍'하다. 예쁘다. 10일 낮 12시 서울 삼성동의 웨딩의 전당에서 부부로 연을 맺는 박병호-이지윤 커플, 그 어여쁜 만남을 이랬다.

    4살차 누나-동생?

    나이는 남자가 네살 아래다. 하지만 사랑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첫 만남, 아니 일방적인 남자의 짝사랑은 2009년에 싹 텄다. 우연히 연예인야구단의 경기를 보러갔었다. 그 때 운명의 여인을 처음 봤다. 당시 여자는 경기 취재차 운동장을 찾았고, 마침 턱돌이(넥센 마스코트)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 여군 출신이란 말에 더욱 호감이 생겼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니 정신력이 정말 강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힘든 일을 많이 이겨냈을거잖아요. 얼굴까지 너무 예쁘고…." '팔불출'이 따로없다.

    마음 한구석에 여자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듬해 스프링캠프때 그 여자를 또 봤다. 운명의 여인은 일본으로 취재차 넘어왔다. 하지만 말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룸메이트였던 '큰' 이병규(당시 박병호는 LG소속)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선배는 "고민하지 말고 남자답게 밀어붙여라"라고 했다. 그 때는 그러지 못했다.

    너무 보고싶은데 마음 뿐인 사랑의 열병. 견딜수가 없었다. 용기를 냈다.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누나-동생사이로 잘 지내고 싶다'고 했다. 5일후, 답장이 왔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곧바로 두번째 글을 남겼다. '누나-동생 사이가 아니라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번 만나보고 판단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또 5일후, 답장이 왔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세번째 글에서는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그렇게 세번을 찍어서야 정식으로 첫 만남이 이뤄질 수 있었다. 2010년 4월5일이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비밀 데이트가 이이졌다. 첫 만남까지는 힘들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술술 풀렸다. 하늘이 맺어준 연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항상 미안했다. 1,2군을 오가는, 내세울 게 없는 성적. 여자는 운동장에서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스포츠 아나운서였다.

    언젠가인가 사직구장으로 기억한다. 롯데와의 경기서 9회 역전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고, 여자는 승리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보일 수가 없었다. 아니, 미안했다. 자랑스런 애인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다독거려줬다. 다치지만 말라고 했다. 늘 그랬다. 변함이 없었다.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올시즌 도중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여자는 잘됐다고 했다. 새로운 기회라고도 했다. 남자는 마음를 새롭게 먹었다. 이를 악물었다.

    트레이드는 정말 도약의 기회였다.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를 붙박이 4번으로 기용했다. 그 믿음에 방망이는 힘있게 돌아갔다. 이적후 타율 2할6푼5리, 12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성적이었다. 물론,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예비 와이프였다.

    남편은 넥센 4번타자

    여자는 울었다. 고맙다고 했다. 평소 로맨틱하지 못하다고 구박받던 남자였다. 그 남자가 준비한 프로포즈 이벤트, 정말 로맨틱했다.

    "소극장을 빌렸어요. 배우들에게 우리 둘의 이야기를 해주고 그대로 연극으로 옮겨달라고 했죠. 돈이 조금 들어갔죠," 물론 여자의 대답은 OK였다.

    사실 프로포즈가 아니더라도, 결혼은 '기정사실'이었다. 평소 남자는 '2011년 겨울에 결혼한다'는 희망사항을 계속 주입했다. 어느 순간부터 둘은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직장도 그만뒀다. 아무래도 운동장에서 마주쳐야 하는 사이가 부담스러웠다.

    "제가 먼저 말을 했어요.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죠. 처음에는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니 결정을 내려주더군요. 너무 고마웠죠."

    예비 와이프는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란 야구 전문프로를 진행하던 인기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 남자를 위해 힘들 결정을 내렸다.

    그런만큼 예비 남편의 어깨는 더 무겁다. "이제 가족이 생기니까 가장으로서 더 힘을 내야죠. 와이프한테 누가 '남편이 뭐하냐'라고 물었을 때 자랑스럽게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줄겁니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위한 남편의 약속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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