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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두번째 최고령 최동수 "은퇴기로에 기적을 봤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8-12 14:09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 연장 10회초 안타를 치고 나간 최동수가 홈을 밟은 뒤 팀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장면.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정말 옷 벗으려고 했다."

SK 최동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40세다. KIA 이종범(41)에 이어 현역 두번째 최고령이다. 넥센 이숭용은 그와 동갑이다.

그는 성실함의 대명사다. SK 김성근 감독이 인정할 정도다. 2001년 LG 지휘봉을 잡던 당시 김 감독은 지옥훈련을 했다. 그때 유일하게 훈련량을 소화한 선수가 최동수였다. 김 감독은 "최동수만이 유일하게 이를 악물고 훈련을 버텨냈다"고 했다.

올 시즌 유난히 시련이 많았다. 시즌 초반 부진했다. '대체포수'로도 나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거기에 잔부상이 겹쳤다. 결국 지난 6월24일 2군에 내려갔다. 잔부상을 치료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한계가 눈 앞에 있었다. 문제는 타격폼이었다. 지난해 4대3 트레이드로 LG에서 SK유니폼을 갈아입었을 때부터 김 감독은 "앞으로 쏠리면서 스윙하는 타격폼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는 "그때부터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었다. 몇 차례나 시도했지만,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래 센스가 좋지 않다. 어떤 변화에 적응하려면 남들보다 몇 배 이상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최동수는 "몸도 마음도 지쳤었다. 문제점은 아는데 고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한계였다. 그래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유니폼을 벗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말 마지막이었다. "딱 마지막으로 변화를 시도한 뒤 안되면 미련없이 은퇴하려했다"고 했다.

그때 팀 후배 최 정의 변화된 타격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격 시 몸의 이동중심 자체를 앞에서 뒤로 좀 더 두면서 스윙하는 폼이었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최 정의 타격폼을 수천 번 클릭했다"고 했다.


그렇게 안되던 스윙폼이 기적처럼 갖춰지기 시작했다. 최동수는 "너무 신기했다. 2군에서 경기하는데 감독님이 주문한 그 폼으로 타격이 되더라. 확실히 스윙이나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고 했다.

최동수의 그런 변화에 김 감독은 곧바로 1군으로 호출했다. 최동수는 "2군에서 좀 더 경기를 하고 싶었다. 바뀐 타격폼을 실전에서 좀 더 익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덜컥 1군에 올리셨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드디어 최동수는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첫 타석에 안타, 두번째 타석에 2루타를 때려냈다. 그는 "그때 너무 떨었다. 바뀐 타격폼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두번째 타석에 2루타를 치고난 뒤 완전히 감이 왔다"고 했다.

지난 4일부터 그의 타격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7경기에서 27타수 11안타, 타율이 무려 4할7리다. 그의 안타 하나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흔적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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