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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는 검찰과 스폰서의 부적절한 관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 경찰의 부조리 등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이다. 법조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검찰이나 법조계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검사실의 구조는 현재 현직 검사들이 사용하는 검사실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고, 검사실의 직원들 역시 실제 검찰청의 직원들 배치와 같다. 또한 부의 검사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 검사끼리 서로 '아무개 프로'라고 부르는 것, 영감이라는 호칭이 나오는 것, 구치감 모습 등도 사실적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많은 검토를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영화 속 주양 검사는 실제 검사의 행동스타일과 많이 다르다. 실제 검사들은 주양처럼 화려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위계 질서와 조직에 대한 순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검사들은 튀는 옷을 금기시한다. 출세를 지향하는 검사일수록 튀는 행동은 더욱 조심한다. 주양 검사실에는 각종 상패가 진열되어 있는데 실제 검사실에는 그런 일이 없다. 주양 검사가 계장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장면 역시 사실과 너무 멀다. 아마 시나리오 작가 역시 실제 검사들이 이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영화적 재미, 캐릭터 구축을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주양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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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중앙지검 검사란?
<부당거래>에서 주양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소속이다. 현재 전국의 전체 검사 수는 1790명이며,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수는 167명이다. 10%가 채 안 되는 비율이다. 중앙지검 검사 중 부장검사 27명, 검사장 등 4명을 제외하면 평검사는 130여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내에서도 인기 보직인데,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중요사건을 다룰 수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중요 사건을 다루어 매스컴에 보도가 되면 고위층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고, 이는 추후 자신의 인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 사건은 대부분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를 하고,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중요 사건을 접할 기회가 적어진다. 검사의 인사는 2년마다 이루어지고 서울, 수도권, 지방 등을 오간다. 중앙지검의 검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것은 쉽지 않고, 실력을 인정받아야 근무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양 검사는 부장과 대치하면서 스스로 독자적으로 수사를 해 가는데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고, 만약 그렇게 행동하는 평검사가 있다면 그는 윗선 눈 밖에 나서 한직으로 밀려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현재 판사 수는 2519명이고, 서울중앙지법에는 300여명의 판사가 근무한다. 검찰과 다르게 판사 사이에서는 중앙지법에 대한 인기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중앙지법의 형사부장은 요직으로 알려져 있고, 추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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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속피의자의 수사
검사실에서 근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구속 사건이 배당된다. 사건 기록과 함께 포승줄에 꽁꽁 묶인 피의자가 검사실로 온다. 그러면 검사실은 갑자기 바빠진다. 구속사건은 10일 내에 수사를 마치고 법원으로 기소해야 하는데 주말도 있고 하여 구속사건 수사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보통 사건배당 당일에 피의자를 신문하는데, 오후 늦게 피의자가 도착하면 인적사항 등 인정신문만 한 후 교도관을 통하여 구치소로 돌려보낸다. 구속피의자는 경찰 단계에서는 경찰서 유치장에 있고, 검찰로 송치되면 구치소로 간다. 각 최대 구속기간은 경찰 10일, 검찰 10일이며, 검찰은 9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합계 29일 내에 수사를 마치고 법원에 기소해야 한다. 만일 사건 배당 당일 피의자 조사를 다 마치지 못했다면 오후 6시경 교도관에게 피의자를 인계하여 구치소로 돌려보낸 다음(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는 버스가 있어서 아침과 저녁에 일괄적으로 피의자들이 이동한다) 다음날 다시 피의자를 소환한다. 피의자는 구치소에 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버스로 교도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내 구치감에 들어가 조사를 기다린다. 자신의 조사가 다 끝나도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구치소로 돌아가야 하므로 기다려야 한다. 영화에서 피의자 이동석이 구치감에서 자살을 하였는데, 구치소나 구치감은 피의자들이 자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매우 주의를 하고 있고(그래서 구치소에서는 재소자들이 잠을 잘 때도 전등을 환하게 켜놓기도 한다), 만약 자살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관계자들이 긴장한다.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검사나 계장 책상 위에 놓인 날카로운 송곳(검찰에서는 A4 용지에 구멍을 뚫기 위하여 송곳이 사용된다)이나 필기구를 이용하여 검사나 계장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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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선변호사
<부당거래>에는 잠시 국선변호사가 등장하는데, 국선변호사는 변호 한 건당 30여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영화 속 국선변호사 역시 '나는 30만원 받아요. 그러니 억울하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세요'라는 취지로 말한다. 변호사가 피의자를 접견할 때는 검찰청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치소에 가서 한다. 구치소에는 변호인접견실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고,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 변호인과 피의자간 대화가 밖에서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부의 모습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변호인과 피의자 간에 수수가 금지되는 물건을 주고받거나 폭행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선변호 보수가 30만원인 것은 사실이나 법원에서 보통 한번에 4, 5건을 한꺼번에 맡기기 때문에 변호사는 구치소에 가서 4, 5명을 한꺼번에 접견하고(물론 순차로), 재판도 같은 날 한꺼번에 진행하므로 사건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하여 150여만원이 생기므로 변호사로서도 나쁘지 않은 수입이다. 만약 30만원을 받고 한 사건을 위하여 구치소까지 접견을 가고, 또 재판을 참석해야 한다면 국선변호사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www.blueawar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