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SK전 이성잃고 비신사적 행동…부상투혼 무색
기사입력 2000년 02월 09일 12시 56분
삼보 허 재(35)는 8일 원주 SK전만 생각하면 금세 얼굴이 화끈거린다.
`농구 대통령' `농구 9단' 등 늘 따라붙는 최고의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부끄러운 플레이를 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꼭 77대114로 완패해서가 아니다.
테크니컬 파울 6개가 난무하는 등 `활극'을 연상케 한 두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비신사적인 몸싸움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자책감 탓이다.
허 재는 3쿼터 중반 하니발과 볼다툼 도중 눈 주위를 찔린 뒤 감정이 폭발,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당한 허 재는 이성을 잃고 수비모션을 가장해 팔꿈치로 하니발을 가격하거나 노골적으로 `한판 붙어보자'는 제스처까지 취해 원주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현역 최고령선수이자 선수들의 구심점인 플레잉코치 허 재의 이런 행동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전염됐고 코트는 곧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게임에 대한 집중력을 잃은 삼보는 SK에 큰 점수차로 질 수밖에 없었다.
허 재는 경기가 끝난 뒤 사령탑인 최종규 감독에게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따끔하게 꾸중을 들었다.
사실상 다음 시즌부터 화려한 현역생활을 접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젠 자신을 다스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앞장서 모범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책이었다.
"SK전을 통해 내 행동 하나가 동료 후배선수들과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젠 팬여러분 앞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허 재'로 남겠다."
다른 선수도 아닌 허 재이기에 `부상투혼' 하나로는 부족한 것이다.
[이백일 기자 maveric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