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선수협 논쟁 초점
기사입력 2000년 02월 09일 12시 47분
이견의 초점은 현 선수협이 `과연 대표성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필요에 따라 출범했으며 당초 창립총회전 3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록 구단의 방해공작에 소수만 남았지만 마음만은 현 집행부를 절대신임하고 있다는 것.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은 현 선수협의 결성 초기 자문위원단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됐고 집행부의 강경일변도는 프로야구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 하지만 선수협이 이미 전선수가 참여하는 재신임 투표를 통해 스스로의 정당성을 검증받겠다고 양보한 상황에서 굳이 현 선수협을 해체하라는 KBO의 고집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최초의 반란군'은 무조건 몰아내겠다는 감정적인 대응에 다름아니다.
■현 선수협은 인정못한다
KBO와 구단의 줄기찬 주장에는 짧은 계산이 숨어있다. 현재 29명밖에 남지 않은 선수협 소속 선수들의 좁아진 입지를 최대한 이용하자는 뜻. 어차피 전체 의견을 물으려면 여러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이과정에서 구단별로 각개격파에 나서 모임자체를 와해시킬 의도다.
하지만 이 방안은 선수협 비가입 선수들의 단체행동 가능성을 전혀 생각치 못한 처사. 선수협 고사작전은 나머지 선수들로 하여금 `제2의 서명운동' 등을 야기시켜 `불에 기름을 붓는 꼴'로 튈수 있다. 대부분의 비가입 선수들 역시 선수협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고, 현 선수협 선수들이 `다치면' 일어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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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토 시기는 3월
선수협과 KBO 모두 이제는 `시간싸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선수협은 하루라도 빨리 문제해결을 통한 정식발족을 노리고 있다. 자칫 KBO가 주장하는 시즌종료시점까지 일을 끌고가면 대오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 속전속결만이 살길이다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선수협이 내놓은 유보안은 전지훈련이 끝나는 3월에 필요하면 재투표나 대표성을 묻겠다는 뜻인 만큼 시기는 큰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대표성을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다. 강한의지를 끝까지 품는 것은 선수협이 자체 해결해야할 숙제다.
■재검토 시기는 10월
둘다 한발짝씩 양보한다는 가정하에 재검토 시기는 시즌종료뒤인 10월이 적합하다. KBO와 선수협 모두 시간을 갖고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 KBO나 구단이 시기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는만큼 욕구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다만 올시즌의 원만한 운영이 걸림돌이다. 선수협파문이 일단락되지 않은 채 시즌을 치르게 돼 양측의 앙금이 남아있다. 양측이 10월 재검토를 천명하기전에 화합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