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박정태 노모 입원…가족들의 애환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1시 55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가 돛을 올린 지도 스무날이 됐다. 강철같이 단단한 의지와는 달리 선수들의 얼굴은 갈수록 초췌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자리설고 물선 데서 사먹는 밥이 살로 갈 리가 만무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가정은 어떨까.
송진우회장(34．한화)의 아내 정해은씨는 남편과의 전화 한 통화에 목을 매고 있다. 통화 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지만 어쩌다 남편이 전화를 받아도 여유부릴 틈이 없는지 금세 "끊어! 끊어!"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 우석이는 입이 한 발이나 나와 있다. "곧 갈게, 곧 갈게, 아빠는 맨날 그 소리야".
박정태(31．롯데)의 경우는 좀 심각하다. 아내 왕미경씨가 남편 일에 마음을 쓰다 입원까지 했다. 그래서 박정태는 아예 집하고는 연락을 끊고 산다. 전화를 걸지도 않고, 오는 전화도 안 받는다. 행여 마음이 약해질까봐서다.
7대 독자 외아들 김재현(25．LG)은 아직도 부모님과 줄다리기다. 처음엔 부모님이 그랬다. "아들아 네 결정을 믿으마." 한데 침묵으로 도와주시던 아버지도 요즘들어 "네 의지는 충분히 보였으니 그만하라"며 붙든다. 해서 바짝 죈 마음이 흐트러질까봐 집에도 안 들어간다.
사실 심정수(25．두산) 만큼 어려운 관문을 뚫은 경우도 없다. 그가 선수협에 가입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칼을 꺼내놓고 "나를 찌르고 가라"며 눈물로 말렸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로 소문난 심정수가 그런 어머니를 뿌리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왔으니.
그래선지 이제는 어머니도 생각을 바꿨다. 아들을 밀어주자고. 얼마전에는 `달걀귀신'(하루에 삶은 달걀 30개씩 먹어치운다고 붙은 심정수의 별명)을 위해 달걀 30개를 삶아 껍질까지 까서 임시숙소인 서울 올림픽파크텔에 넣어주기도 했다.
목포가 고향인 최향남(29．LG)은 서울 누나집에서 문전박대 당한 뒤 친구의 친구집에 얹혀 살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그 아끼던 지프까지 팔았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