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르포] 룸살롱 25시 '주고객은 누굴까?'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48분
80∼90년대 고급 룸살롱의 주역들이 고위공직자나 부동산투기 재력가 등 `사회지도층'이었다면 지금은 벤처기업이나 코스닥 시장으로 떼돈을 번 `30대 갑부', 재벌 2∼3세 등이 주류를 이룬다.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는 금융기관의 펀드매니저나 연예인과 매니저들도 좋은 고객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돈을 물쓰듯 쓴다. 12명이 하루에 3000만원의 계산을 한 경우도 있다. 조니워커 블루나 발렌타인 30년 등 100만∼200만원짜리 양주도 마다않고 아가씨들에게 주는 팁도 기분 내키는 대로다.
이런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최근 A급 업소로 떠오른 룸살롱들은 서울시내에 5∼6개 정도. 역삼동 R호텔 옆의 B, 삼성동의 G, 역삼동 K 아파트 앞의 S, 제일생명 사거리의 H 등이 현재 손꼽히는 `명소'들이다.
이런 업소에서 손님 대접을 받으려면 월 800만원 정도의 매상은 올려 줘야 한다. 3000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려주는 고객들은 "룸에서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면 차편으로 김치찌개를 공수해올 정도"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대체 얼마나 먹고 마셔야 이 정도의 매상을 올릴수 있을까. "30대들은 주 1∼2회는 오고 한번 와도 40대 손님들이 두번 올 돈을 뿌린다"는게 마담 K씨의 설명.
하지만 `홀딱쇼'나 `신고식' 같은 특별한 서비스를 기대하면 오산. 이런 말을 꺼냈다간 그 자리에서 경멸의 시선이 쏟아진다.
■여자들
신흥 귀족층에게 맞춰 룸살롱들도 확실하게 판을 바꿨다. 25세를 넘는 접대부는 거의 볼수 없다. 마담도 20대가 대다수. 정장을 차려입은 경우도 거의 없고 대부분 자유로운 캐주얼 차림이다.
특급 룸살롱에서 1급 대우를 받는 접대부들의 소득은 월 1000만원에 달한다.
`연예인' 칭호가 붙으면 가격은 `금값'으로 뛴다.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이른바 TV에 한차례라도 얼굴을 내민 아가씨들이다.
그러나 마담 C씨(33)는 "세상에 룸살롱 아가씨가 돈 모은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파트 보증금 1000만원 정도에 월세가 50만∼100만원이고 청소나 요리, 빨래 등을 하지 않으므로 혼자 살아도 생활비는 일반 가정의 2배 이상 든다. 게다가 모범택시로 출퇴근하고 미장원과 스킨케어, 찜질방, 헬스클럽 등으로 몸을 가꾸는 한편 눈 높은 손님들의 수준에 맞는 액세서리나 의상을 구입하려면 월 300만∼400만원은 쉽게 든다.
이들이 룸살롱에 들어서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멤버' L씨(30)를 만났다. `멤버'는 룸살롱들에 여자들을 한두명씩 소개하거나 모자라는 수를 대량 공급해주는 역할을 맡는데 흔히 단란주점에 여자들을 공급하는 `보도'보다는 훨씬 `고급스런 여자'들을 공급한다.
L씨는 "카페나 E호텔의 J 등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쟤다' 싶은 경우 다가가서 명함을 주고 스카우트하기도 한다"며 "유혹에 약할 것 같은 아이들을 골라 접근하는 만큼 불쾌해하거나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경우는 거의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직장인들의 경우, 처음에는 낮과 밤이 다른 이중 생활을 하지만 차츰 `낮의 직업'이 하찮게 여겨지게 되고, 곧 `밤의 일'로 전업하게 된다.
여대생의 경우 대부분 지방이나 역 유학을 온 교민 자녀들이지만 서울이 집인 경우도 상당수. 집에서 밤마다 `출퇴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대부분 남대문이나 동대문 근처의 심야 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구실을 댄다. 지방 출신으로 모 대학 3년 휴학중인 접대부 K모양(22)도 L씨에 의해 스카우트된 경우. 집에서는 복학한줄 알지만 2년째 접대부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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