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직장인 회식문화 달라진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37분
술자리인가, 회의실인가.
저녁 식사후 술자리가 이어지는 것이 공식처럼 돼버린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 3세대 검색엔진을 개발, 벤처 업계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스 21'의 저녁 회식 자리.
식당에 모인 직원들이 손에 서류를 들고 서로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자문을 구하느라 마치 회의실을 방불케 한다.
어떤 이는 아예 노트북 컴퓨터를 펴놓고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다.
최근 벤처 기업들이 몰려 있는 강남 테헤란 벤처밸리 주변의 식당가에선 오후 8∼9시쯤이면 이러한 풍경을 어렵지 만날 수 있다.
이들이 회식때 마시는 술도 주로 맥주 아니면 진 등의 무색 무취주로 가볍고 뒤끝이 없는 것 들이다.
벤처기업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회식자리에서 먹고 마시면서 일 얘기를 하는 풍토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버릇처럼 됐다.
이렇듯 희한한 회식 문화가 탄생한 것은 보통 오피스텔을 사용하는 벤처기업들의 좁은 사무실에는 회의실이 따로 없어 직원들끼리 일을 논의할 기회가 적은데다 개인별, 팀별로 작업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다른 팀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회식자리는 평소에 못다한 업무 얘기나 궁금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 출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되는 탄력적인 시스템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벤처기업 직원들은 업무 성과에 따라 스톡옵션(자사주식매입권)을 받는 경우가 많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업무 효율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회식 시간도 아끼는 직원들이 늘어나게 된 것.
식사, 술, 회의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2차'가 없어진 회식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가끔 삼삼오오 모여 단란주점이나 고급 유흥주점 등을 찾아가 `화끈한 2차'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라스 21'의 우광식 팀장은 "벤처기업은 언제, 어디서 유사 라이벌 업체가 나타날지 몰라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에 회의식 회식 풍토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수철 기자 sucher＠sportschosun.com]
[서영필 기자 yo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