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지역감정, 필요할때도 있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03분
해마다 선거철이 되면 `지역 감정'이 도마 위에 오른다.
지방색이 정치논리에 의해 왜곡돼 다른 지방 출신에 대해서는 무조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같은 지역 출신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지역감정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한국 정치의 한계이자 특징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와는 달리 스포츠에서의 지역감정, 지방색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선수협의 서명운동 현장에서는 지역감정이 노골적으로 조장(?)됐다.
귀경객을 타깃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땅거미가 내릴 무렵부터 서명자의 숫자가 줄며 열기가 식어갔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총총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른 탓.
이날 행사를 공동 주관한 선수협 지지모임 `팬들의 선물' 스탭들과 선수들이 모여 구수회의를 연 결과 `지역감정 자극'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 부산발 열차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 마해영이 유인물과 서명용지를 들고 출구쪽으로 갔다.
"바라바라(봐라 봐라) 이기 누꼬? 마해영이 아이가?"
작전은 주효했다.
부산 사람들은 마해영을 알아보고 악수를 나누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목포발 열차가 도착했을때 등장한 것은 해태 이대진.
"워메∼ 겁나게 춘디(추운데) 고상(고생)이 많소잉∼"
남도 사람들은 따뜻한 캔커피까지 건네며 다른 팀 선수들의 등까지 두드려줬다.
대전발 열차 도착때는 한화 송진우가 전면에 나섰고 전라선은 쌍방울 최태원이 맡았다.
서명 인원은 순식간에 1000명을 돌파했고 추위속에 떨던 선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았다.
스포츠판에서의 지역감정이 정치판에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송철웅 기자 simb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