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주부 명절증후군 '휴식이 보약이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3시 04분
"명절에는 주부 우울증을 조심하세요."
명절을 전후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지며 자주 잠을 설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 핵가족화된 가정의 주부들이 갑자기 공동가족권에 합침으로써 겪게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말한다.
주부들은 명절이 되면 연휴 내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 안팎을 청소하고 제수를 준비해야 하고 어깨와 허리가 휘어지도록 `음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고통을 더욱 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절동안 겪게되는 심리적인 좌절감.
어려운 경제 형편과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 속에서 차례상과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버겁지만 가정내 `성차별'은 주부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지난해 7월 1일 남녀차별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여성민우회가 조사한 여성차별 사례 2000여건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명절, 제사상의 성차별'이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시댁 식구들과 그 조상들을 위해서 음식과 차례 상을 준비하면서 불만이 쌓이고 시부모, 동서, 시누이들 간에 심리적인 갈등과 알력이 만만치 않은 것.
`명절 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주부 스스로가 명절 기간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먼저 육체적인 피로를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명절 기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명절 후에 충분한 육체적 휴식을 갖고 가능하면 자신만을 위한 여가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명절 증후군'은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곧 해소된다.
서울 하계동 을지병원 정신과 안용민 과장은 "만약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주부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증세가 심해지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이 만성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병원 기자 hospita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