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세번째 장편 `자전거를 타는 여자' 펴내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3시 28분
화가이자 소설가인 김미진(38). 그녀는 지난 몇 년간 히말라야를 여행했다. 네팔의 산간오지를 두 차례나 헤매고 다녔다. 마음 속에 `사랑'이란 불씨를 품고.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 오랜 여행과 방랑이 한 편의 소설로 태어났다. 최근 세번째 장편 `자전거를 타는 여자'(중앙M＆B)를 냈다.
소설은 산사나이 하훈과 중소기업 사장의 아내 김미목의 사랑이야기다. 그 사랑은 불륜. 가족과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있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고 강렬하다. 하훈이 히말라야 빙벽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처럼 위태롭다.
`내가 그토록 먼 길을 돌아다녔던 것은 바로 당신 앞에 도달하기 위한 긴 과정이었소. 나의 정상은 바로 당신이었소. 당신을 만나고 뭔가 부활했소. 그건 사랑이오.'
산에 미쳐 결혼도 하지 않은 주인공 하훈. 그가 히말라야 최난 코스로 알려진 해발 8511@ 로체 남벽에서 미목에게 남긴, 유서같은 연서의 일부다.
미목은 하훈과의 사랑에 눈멀어 남편을 살해한다. 하훈을 찾아 네팔로 떠나고, 그곳에서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두브코시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소설은 하훈의 죽음으로 시작해, 미목의 죽음으로 끝난다. 산에 목숨을 건 하훈, 하훈에 목숨을 건 미목의 아슬아슬한 사랑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의 사랑을 세속적인 잣대로 재단하지 않는다. 금지된 사랑일지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치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지난 95년 화제작 `모차르트가 살아있다면'으로 등단,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로 간다', 유럽 배낭여행기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등을 냈다.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