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다시 일어선 '홈런킹'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2시 55분
`홈런킹'이 다시 일어섰다.
삼성 이승엽(24)이 새천년 첫해를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1일(현지시간) 오후 1시 피닉스에 마련된 삼성전지훈련장에 도착한 이승엽은 가볍게 몸을 풀며 훈련을 시작했다.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몸을 푸는 동안 예전처럼 파이팅을 외치는 이승엽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술을 꽉 다문채 아무소리 없이 묵묵히 훈련만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곧 굳었던 입을 열었다. 주장 김기태와 캐치볼하면서 그라운드를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의 독려했다. 캐치볼을 끝낸뒤 김용희감독이 직접 던져주는 배팅볼 20여개를 때린 뒤 바로 프리배팅을 했다. 첫 훈련이라 무리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80% 정도 힘으로 스윙하며 포인트를 잡는데 주력했다. 딱하고 맞아 나가며 쭉쭉 뻗어가는 공의 궤적은 이승엽의 정확한 타격감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런대로 몸은 괜찮다"는 이승엽은 "동료들과 똑같이 훈련하며 서서히 몸을 만들겠다"며 살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승엽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선수협 불참선언 뒤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던 선수협 선수들과 팬들.
전지훈련을 떠나온 자신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것만 생각하면 입맛도 없어진다.
하지만 이승엽은 전지훈련지에 온 이상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낸 순 없다고 결심했다. 너무나 자신을 아낀 탓에 손가락질하고 있는 팬들에게 떳떳히 나서는 길은 오직 열심히 훈련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지훈련 첫날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선수협 정말 잘 되야될텐데…."라며 녹음기처럼 되뇌이는 이승엽. 낮에는 훈련하랴 밤엔 선수협 걱정하랴 이승엽의 마음은 하루에도 태평양을 몇번은 건넌다.
◇1일(현지시간) 전지훈련 첫날훈련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오느라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을 배려해 오후에 훈련을 시작한 것.
2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오전 8시40분 훈련을 시작한다.
◇31일 숙소에 도착한 이승엽은 첫날 잠을 잘 자지 못했다.
16시간의 시차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핑클의 노래를 듣는 한편 심리전문가인 이세용씨에게 전해받은 치료기로 심리치료를 하며 겨우 잠에 들었다고.
◇훈련 첫날 통역을 맡은 얀 그라프만과 이윤섭씨가 전지훈련기간동안 기용한 데이브 투수인스트럭터와 불록 주루코치의 옆에서 통역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
이들은 김봉근투수코치 이순철주루작전코치와 두명의 외국인코치사이에서 전지훈련계획에 대한 대화를 통역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세훈 기자 s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