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15)찬호 성공 도와준 은인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4시 03분
찬호가 오늘날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는데 본인은 물론 나도 참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위에서 도와주시고 힘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와 인연을 맺은 많은 분들은 지금도 찬호와 나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중에 잊을 수 없는 몇분들을 그분들과의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고 싶다.
나와 찬호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지만 그중에 제주관광대의 안병환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91년 청소년팀 감독으로 찬호를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던 안감독은 당시 조성민, 임선동 등 기라성 같은 투수들을 제치고 찬호를 중용했다. 찬호는 3승1세이브를 거두며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해 미국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안감독이 찬호를 중용한 이유는 눈빛이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당시 한국팀 코디네이터겸 통역겸 배트 보이로 안감독과 친분을 쌓았다. 나중에 찬호가 미국에 와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LA 다저스에서 큰 관심을 보이자 안감독과 상의를 했다.
안감독은 찬호의 모교인 한양대학교의 이종락 야구부장님을 소개해주고 허락을 받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곁에서 도와주었다.
또한 지난94년 찬호가 첫 스프링 트레이닝을 할때 함께 생활하며 내가 찬호에게 줄 수 없는 야구 감독이자 선배로서의 도움을 주면서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찬호가 미국에 오는데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중 이화여대 국제대학장이신 유장휘박사님도 빼놓을 수 없다.
유박사님은 버지니아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큰아들이 내 건축 사무실에서 일을 한 인연으로 찬호를 알기 전부터 아는 분이었는데 한국 출장을 가면 만나뵙고 건축 프로젝트를 따는데도 큰 도움을 주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찬호의 미국 진출이 한양대측 반대로 벽에 부딪혔을 때 유박사님은 나와 함께 직접 한양대의 김종량 총장님을 찾아가 어린 찬호가 크게될 기회를 달라고 부탁을 하시기도 했다.
유박사님은 박찬호 장학회의 이사장도 맡아주시고 지금도 꾸준히 찬호의 뒷바라지를 해주고 계신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님 역시 찬호의 미국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분이다.
93년 11월 다저스와의 계약이 어느 정도 성사될 무렵 김총장님을 유박사님과 함께 찾아뵈었는데 총장님은 학교측의 입장도 있지만 과연 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를 걱정하셨다.
나는 다저스에서 서명한 100만달러가 넘는 계약서와 LA 교민단체들의 탄원서도 보여드리며 찬호가 교민들에게 얼마나 큰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드렸다.
결국 김총장님은 "학교측으로서는 당장 손실이지만 젊은 학생의 꿈을 열어주는 것이 교육자의 길이 아니겠느냐"며 허락을 해주셨다.
단 찬호가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올 때까지 계속 책임지고 도와준다는 각서를 내게 쓰라고 하셨다.
찬호의 미국행에 마지막 관문이었던 `학교측의 허락'이라는 결단을 내려주신 김총장님은 `박찬호장학금'이라는 좋은 일을 하는 기회도 만들어주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