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이젠 느긋해지고 싶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3시 24분
`느긋한 박찬호, 2000년 시즌이 오히려 기대된다.'
LA 다저스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27)의 행보를 주목하는 가운데 올시즌 커다란 활약을 확신한다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다저스 부회장 데릭 홀씨는 1일(이하 한국시간) "찬호가 제주도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과거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하는 것을 보니 찬호도 진정한 프로가 되가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미국에 진출한 이래 박찬호의 5번의 오프 시즌은 정규 시즌 못지 않게 마음이 바쁘고 일정도 조급했다. 지난해만해도 아시안게임까지 뛰면서 오히려 더욱 조급해진 박찬호는 미국에 돌아와 쉴새 없이 훈련에만 몰두했다. 선발로 나선뒤 2년동안 14승, 15승을 거푸 거뒀으면서도 박찬호는 여전히 새 시즌의 걱정이 항상 앞섰다. 결과는 오버 페이스로 정규 시즌 초반부터 모든 것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6번째 오프 시즌을 맞은 박찬호는 얼굴 표정부터 여유가 묻어난다. 재계약도 일치감치 해결했고, 조부상을 겪으면서 삶에 대한 재조명도 해봤다. 제주도에서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배운 것을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의욕도 넘친다. 지난해까지 자신의 앞길만 보고 달려온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다저스의 로버트 데일리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찬호가 야구를 다시 즐기게될 때 무서운 잠재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며 "99년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었다. 야구를 즐기는 여유보다는 중압감에 시달려 부진의 99년을 보냈다는 진단이다.
6년만에 가족들과 설을 보낼 수 있다는 여유, 본인의 운동도 열심이지만 후배들을 독려하며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여유,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5년간 항상 해왔던 미국에서의 팀 자율 훈련 불참을 자신있게 결정했다는 여유가 박찬호로서는 파격적이다. 다저스가 추운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박찬호에게 오히려 미소를 보내는 이유도 `느긋해진 박찬호의 여유'가 신뢰를 더하기 때문이다.
[LA＝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