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규약 고무줄 해석' 해도 너무한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3시 24분
갖다붙이기 재주도 이만하면 기가 찰 지경이다.
모였다 하면 `뚝딱' 희한한 규정과 기발한 규약해석을 탄생시키곤 하는 KBO 이사회가 이번에는 야구규약 73조를 찾아냈다. 괘씸한 `선수협 일당'들에게 내린 특별한 벌이다. `참가활동보수의 감액 조치'란다. 야구활동기간인 2월1일부터 훈련에 참가못하는(혹은 안하는) 날짜를 낱낱이 세어 연봉의 300분의 1씩을 차곡차곡 깎아내기로 했다.
KBO이사회에서 `규약 ×조'를 부르면 기자들은 허둥지둥 규약집을 찾는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채 수차례 되풀이해 읽어야 한다. "한자 일색인 계약서와 규약집이 지긋지긋해서" 선수들이 선수협을 만들었다면 정말 무조건 밀어주고 싶을 정도. 뜻모르는 한자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도통 이해못할 배배꼬인 문구가 줄줄이다. 그래서 늘 KBO의 해석을 듣고나서야 찜찜하게 뜻풀이를 마치곤 한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야구규약 73조의 의미는 유달리 명확하다. 헷갈릴 것도, 모호할 것도 없다. "선수가 총재의 제재 혹은 계약서에 표시된 야구경기, 합동훈련 또는 여행 등과 직접 관련없는 상병 때문에 야구활동을 정지할 경우, 구단은 야구활동 정지 1일에 대해 계약서에 약정된 참가활동보수에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훈련과 관계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선수가 제몸값의 활동(경기와 훈련을 포함한)을 못하게 됐을때 적용되는 규약이다. `제멋대로 해석'에 관한한 뻔뻔하자고 작정한 KBO 이사회라도 선수협 가입선수에게 갖다붙이기엔 너무 무리한 규약이다.
선수협이 결코 질병이나 부상 따위일 순 없다. 대충 그 범주라고 얼버무린다면 법치주의를 조롱하는 기막힌 확대해석이다.
가정도 들어맞지 않는 벌칙을 멋대로 적용하는 KBO 이사회의 기고만장한 권리는 대체 누가 주었을까. 이래서야 "선수들이 왜 저러는지 알겠다"고 끄덕거리는 이들만 늘어날 뿐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