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강일홍 '코미디 프로만을 위한 투자 필요'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4시 30분
요즘 개그맨들 사이엔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의욕이 넘쳐있다.
새 천년을 맞은 각오와 다짐도 예전과는 다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이들의 몸부림은 자못 희망적이다.
변화의 시작은 `개그콘서트'. 1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개그맨들은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를 짜내고 연습에 밤을 새운다. 그리고 시청자들을 웃음으로 감동시켰다.
방청객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개그콘서트'의 방청권을 얻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하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 선물로 오고 갈 정도다.
10년이란 긴 세월을 `침체의 늪'에서 헤맸던 개그맨들은 `노력해서 재미있게 만들면 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눈물겹도록 즐겁다.
`빰빠야∼'를 외치는 심현섭이나 `미안합니다∼'의 김영철이 돌연 나타나 인기프로그램을 만들어낸건 아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만담식의 스탠딩개그나 율동과 춤을 섞은 슬랩스틱 코미디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렇다면 비결은? 시청자들을 웃기겠다는 완벽한 팀워크와 함께 연기자들의 발상전환이란 사실이다. 내용을 두번 보면 싫증난다는 코미디의 정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앵콜개그'는 그 착상만으로도 파격적이다.
이제 `유머1번지' `쇼비디오 자키' `청춘행진곡' `일요일밤의 대행진' `코미디전망대'의 전성시대가 더이상 아련한 전설이 아니다.
코미디의 르네상스! 대신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다.
코미디프로를 `최소 제작비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프로'로 치부하는 방송사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어야한다. 화려한 소품은 물론 드라마 음악처럼 코미디프로만을 위한 음악도 필요하다. 과감하게 투자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하나, 연기자도 이젠 방송사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
시청자들은 연초 각종 신년특집프로에 무더기로 겹치기출연한 심현섭을 보며 씁쓰레한 웃음과 안타까운 심정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 프로 저 프로에서 마구잡이로 데려다가 `빰빠야∼'만을 시키면 시청자들은 금방 다시 외면할 수 밖에 없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