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14)언론과의 관계 '운동우선' 원칙지켜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3시 41분
찬호의 에이전트 일을 해오면서 큰 일중의 하나가 언론과의 관계였다.
과거에 건축일을 하면서 LA시의 미화상을 받았을 때와 LA 상공회의소 이사로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이 전부인 나로선 에이전트로서의 언론과의 접촉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다저스와 계약을 하고나서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인터뷰에 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당시 갓 스무살의 어린 나이인데다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쓰는 찬호의 성격 때문인지 인터뷰를 하고 나서와 보통 때의 찬호의 운동하는 모습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때는 경기를 하는 날도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본인이 몹시 부담을 느끼고 경기를 잘못하는 것이 역력히 보여 어느 정도 제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찬호와 의논을 한 끝에 팬들을 위해 언론과의 인터뷰도 신경써야지만 연예인이 아니므로 운동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신문 기사 등에 의해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서 찬호를 다독거릴 때도 몇번 있었다.
첫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것이 찬호가 실력이 부족해서라는 기사들이 많이 나와 찬호가 걱정을 했지만 실력보다는 마이너리그에서 경험과 경기 운영 등을 배우는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며 달래기도 했다.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시즌을 앞두고 20승이라든지, 팀의 에이스라든지 앞서가는 기사들이 많이 나와 찬호에게 착각하지 말고 바람이 그런 것이니 더욱 열심히 실력을 쌓아야한다고 다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나의 에이전트로서 의무와 언론사 기자들의 의무가 상충되며 힘든 일도 참 많았다.
때로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와서 인터뷰를 하고 곧바로 다시 귀국하는 일정을 잡고 오시는 분들의 인터뷰를 거절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운동장 밖의 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하거나 촬영을 하겠다는 요구들이 많은 것도 참 힘들었다.
사생활은 운동 선수의 마지막 보루이므로 집과 가족 등은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결국 서면으로 인터뷰 신청을 받고 찬호에게 미리 인터뷰 사실을 알려줘 준비를 하게하면 본인이 훨씬 덜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에 그 방법으로 밀고 나갔다.
그렇지만 많은 인터뷰 요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기자분들이나 방송사에서 많이 이해를 해주셔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찬호가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내가 죄인이 되더라도 찬호를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